박용우, "작품의 주제의식 고민 많이 하는 배우이길"(인터뷰)

입력 : 2016-02-26 09:31:0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분량을 떠나서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배우이길 원해요.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죠.”
 
배우 박용우의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영화 ‘순정’의 출연 제안을 몇 번이고 고사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고집스러운 가치관을 드러냈다. 
 
‘순정’은 냉철하고 까칠한 라디오 DJ 형준(박용우)에게 도착한 23년 전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그리는 작품. 가장 빛났던 순간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기에 주인공은 어린 범실 수옥 개덕 산돌 길자를 연기한 도경수 김소현 이다윗 연준석 주다영이었다.
 
하지만 박용우가 맡은 형준은 성장이라는 주제를 그대로 표현해 내는 인물이기에, 다섯 주인공보다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 만큼,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박용우가 이번 작품을 몇 번이고 고사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가 맡은 형준의 감정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기 때문인 것.
 
박용우는 “형준이 수옥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들으며 우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래서 걱정됐다. 되게 중요한 장면이라 잘해도 본전일 것 같고 못하면 나 혼자 욕을 다 먹을 것 같았다”고 웃었다.
 
결국 형준을 받아들인 박용우는 우려보다 훨씬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잃고 난 뒤 한 뼘 성장한 형준의 복합적인 감정을 눈물로 해소했다. 그가 흘린 눈물에는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자책과 회환, 그리움, 연민 등 온갖 감정들이 뒤섞였을 것이다. 이는 작품의 주제인 ‘성장’으로 귀결된다.
 
박용우는 형준의 눈물에 대해 “그가 흘린 눈물은 성장에 대한 것”이라며 “결국 성장을 하려면 갇혀 있고, 닫혀 있는 것에 대한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성장 할 수가 없어요. 마음을 열 수 있을 만한 사건이 필요하기도 하고,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아직 자기 자신이 성장할 준비가 되지 않은 거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마음을 열 만한 열쇠가 형준에게 생겨났어요. 그게 바로 수옥의 테이프예요.”
 
이같은 형준의 마음을 박용우가 이해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용우는 형준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고 자꾸 머릿속으로만 이해됐다고. 그는 “감정에 대해 이해는 하겠지만 표현은 다른 문제”라면서 “감정을 공감하고, 내가 동일시해서 표현해야 한다. 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박용우는 온전히 형준이라는 인물에게 스며들었다.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순정’의 에필로그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 것. 
 
박용우는 “극 중 수옥이 손을 내밀어서 바람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며 “범실은 이 장면을 잊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형준이의 추억이었던 것”이라며 “수옥이의 바람을 타는 손이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에필로그에 형준이 손을 내밀고 바람을 타면 그 앞에 수옥이가 앉아 있고, 범실과 마주 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하게 됐다”고.
 
그러면서 그는 “형준이에게 수옥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라며 “과거의 사람이 아니라 추억의 사람”이라고 형준의 마음을 설명했다. 작품의 주제의식을 깊게 고민한 끝에 그가 도달한 결론이다.
 
“추억한다는 것은 이미 성장했다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추억을 떠올리기가 힘들죠. ‘그때 그랬었지’ 흐뭇하게 미소 짓는 것이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유은영 기자 ey20150101@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