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tvN ‘미생’으로 전국민의 마음을 울렸던 배우 이성민이 또 한 번 눈물을 예고했다. tvN 새 금토드라마 ‘기억’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 박태석으로 변신하며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기대케 했다.
18일 첫 방송된 ‘기억’ 1회에서는 태선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인 박태석이 첫 등장했다. 그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과 알츠하이머를 암시하는 일련의 복선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박태석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될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 조금씩 드러냈다.
먼저 박태석은 한국대학병원 의료 소송에 관련한 사건을 의뢰받았다. 병원 쪽의 의료과실이었고, 이를 밝힌 내부고발자가 있었다. 박태석은 한국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신영진(이기우)으로부터 이를 조용히 수습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의료사고를 폭로한 김박사(신영길)를 협박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는 곧 박태석이 돈이라는 권력 앞에서 자신을 버린 사내임을 짐작케 했다.
또 알츠하이머를 암시하는 복선들은 앞으로 펼쳐질 불행한 앞날을 예고했다. 첫 등장부터 박태석은 자신의 지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또 술에 취한 것이었지만 전처인 나은선(박진희)의 집에 찾아가 난동을 피우는 등 무언가를 자꾸만 잊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그는 방송 말미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박태석을 중심으로 펼쳐질 인물들의 관계는 이보다 더욱 흥미로웠다. 박태석은 나은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그 아들은 아주 오래 전에 죽고 말았다. 이후 서영주(김지수)와 결혼 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뒀다. 박태석이 어떻게 이혼을 하게 됐고, 서영주와는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됐는지는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또 태선로펌의 어소시엣 변호사인 정진(이준호)과의 관계도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정진은 돈 앞에서 정의도 온정도 없는 박태석을 “삼류 양아치”라고 칭했던 것. 하지만 정진 또한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태선로펌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박태석 곁에 붙어있게 됐다. 이러한 사정을 박태석 또한 눈치챘다. 그러나 박태석은 권력자들 앞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진에게 “6개월만 참아보라”며 조언했다.
특히 박태석은 자신이 협박했던 김박사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또 다른 사건을 맡기겠다고 한,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신영진과의 관계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첫 회에서는 앞으로 펼쳐지게 될 이야기들의 관계를 풀어나가는데 힘을 썼다. 그러면서도 박태석을 연기한 이성민의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미 ‘미생’에서 확인한 그의 연기였지만, 아들을 잃고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아들의 생일이었음을 깨닫고 황망해 하는 장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이를 부정하는 장면 등에서는 온전히 박태석 인물에 집중한 이성민을 만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대놓고 ‘신파’로 흘러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뒤따른다. 기성 드라마들이 보여줬던 ‘기억상실’과는 어떤 다른 지점을 보여줄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다.
또 판에 박힌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등장도 새로운 무언가를 자극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돈을 좇는 인물이었다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할 것 같아 보이는 박태석과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형 권력자 신영진, 그리고 그저 슬프게 눈물 짓는 것 밖에는 하지 못할 것 같은 아내 서영주가 그렇다. 과연 이들 캐릭터가 얼마나 입체적으로 그려지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진=tvN ‘기억’ 방송 캡처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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