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가 발생한 뒤 더 비싼 차량을 빌려 보험사에게 렌트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황보승혁 판사는 포르쉐를 몰다 사고를 당한 차주 A씨에게 람보르기니를 30일간 빌려 준 렌터카 업체가 대차 비용 3천993만원을 가해차량 보험사에 청구한 사건을 지난달 말 기각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내역은 이렇다. 지난 2014년 9월 대리운전기사 B씨는 A씨의 포르쉐 911 차량을 들이받았다. 자동차 정비와 수입차 튜닝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렌트하고 대차비 4천여만원을 가해차량 B씨의 보험사인 KB손해보험에 청구했다.
KB손보는 "포르쉐 911 사고에 람보르기니 렌트는 과도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의 렌트카 회사는 렌트비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신차 기준으로 포르쉐 911은 약 2억 2천만원,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약 3억 2천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A씨는 람보르기니 차량을 대여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전시·시승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차를 빌릴 필요가 없을때 대차료 손해를 청구할 수 없고, 피해차량이 고급 외제차라고 같은 외제차를 빌리는 비용 전액이 대차료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했다.
이어 "전시·시승용으로 사용한 것은 교통수단이라는 자동차 본래 목적과 차이가 있어 대차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차를 빌릴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통상의 차량을 빌리는 비용을 기준으로 대차료 손해가 산정되야 한다"고 밝혔다.
렌트 기간인 30일에 대해서도 "고급 외제차량이라 추가된 부품통관 기간 등을 제외하고, 파손 부위 수리 자체에 드는 통상의 기간으로 차량을 빌리는 기간이 제한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자동차를 사치재로 이용하기 위한 비용 지출 등으로 커진 손해는 해당 차량을 소유해 이익을 취하거나 위험을 감수한 피해자가 져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처럼 고가의 수입차량이 사고를 당했을 때 비슷한 가격의 수입차량을 빌려 과도한 렌트비를 청구하는 사례는 자동차보험의 물적 손해를 높이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사고 피해에 따른 대차 지급 기준을 '동종' 차량에서 '동급'의 최저 차량으로 변경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시행되기 전에 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진=부산일보 DB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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