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문대 소속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폭력성 발언을 공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 대학 인문대 A반의 남학생 전체 채팅방 성폭력성 발언과 관련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11일 학내 커뮤니티 등에 게시했다.
대자보를 보면 이 대학 남학생 8명은 동기 여학생 7명 등 다수 여성의 신체를 희화화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메시지를 카톡을 통해 주고받았다. 증거가 확보된 단톡방 대화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최소 6개월간 이어졌다.
대책위가 발췌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반 동기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린 뒤 '박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배고프다'는 말에 "○○(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라고 말했다.
소개팅한 상대 여성을 두고 “명기삘ㅋ” “정중하게 팬티를 보여달라고 요청해봐”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슴만튀(가슴 만지고 튄다)” “슴가펀치 ㄱㄱ” “몸이 좋은 여성들 봉씌먹(봉지 씌우고 먹다)” 등 성범죄를 미화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동기가 늦는다'고 말하자 "으휴 XX(동기 여학생 이름)이 정말 묶어놓고 패야함"이라고 말하는 등 여성혐오적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거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 “진짜 남톡 우리끼리만 좀, 개방하면 사살”이라고 하는 등 대화가 공개되면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학소위와 대책위는 "여학우들이 성별에 근거해 생식기로 일컬어지거나 성행위의 대상으로 취급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가해자들은 몰상식하고 저급한 언행으로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이 학내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성폭력이 자행되고 있을 여러 카톡방에서 자정작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가해자들에게 실명을 기입한 대자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정기적인 인권·성 평등 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대학 본부에도 이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조사를 진행중에 있으며 결과에 따라 징계할 것"이고 말했다.
김정덕 기자 orikim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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