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강제금(위반이 있는 날마다 일정금액을 벌과금으로 강제 집행하는 것) 없는 가처분은 의미가 없다. 액토즈소프트가 중국에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바로 그렇다. 법원의 결정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실효성도 떨어진다. 마치 가처분을 가처분한 '가가처분' 같은 성격이다."
 
장현국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미르의전설' 공동저작권자인 액토즈소프트가 최근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위메이드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낸 것과 관련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상하이법원이 액토즈가 가처분 신청 접수를 낸 지 불과 2주 만에 인용(認容) 결정을 내렸지만, 본안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게 장 대표의 이야기다.
 
국내법의 경우 가처분 신청을 내면 법원에서 양측의 입장을 듣고 인용결정이 내려지는 것에 반해, 액토즈가 중국에서 낸 가처분 소송은 고소인이 낸 가처분 내용만 보고 인용 여부를 결정 내린다. 이후 피고소인이 반박할 경우에 한해서만 재심의가 진행, 최종처분 절차를 밟게 되는 방식이다.
 
이 말인 즉, 이번 상하이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위메이드 측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장 대표가 이번 가처분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장현국 대표는 "가처분도 본안소송 이전에 임시적으로 내리는 처분인데, 이번 중국에서의 가처분은 '가가처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보통 가처분 신청을 내면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듣기 위해 수차례의 심리가 진행된다. 중국에도 우리나라 가처분과 같은 절차를 밟는 가처분이 있는데, 간접 강제금 조차 없어 실효성 없는 방식의 가처분을 택한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인용 결정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중국 파트너사 킹넷과 함께 재심의 청구를 넣었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킹넷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성,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 등에 따르면 액토즈는 7월29일 중국 상하이 지식재산권법원에 지난 6월 위메이드와 킹넷이 체결한 '미르의전설' IP 계약을 중지하라며 위메이드와 킹넷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10일 계약이행을 30일간 금지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이 인용됐다.
 
해당 계약은 '미르의전설' 공동저작권자인 액토즈와 사전 합의 없이 진행, 이는 곧 액토즈의 IP 권리 침해하기 때문에 계약의 이행을 중단하라는 게 상하이 법원 인용의 주요 골자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측은 한국과 중국 양국의 저작권 법에 따르더라도 '액토즈가 위메이드와 킹넷의 합의를 반대할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유효한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상하이 법원 건은 지난 7월21일 액토즈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메이드를 상대로 냈던 '미르의전설' 저작물사용금지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위메이드의 추가적인 '미르' IP 계약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위메이드만을 상대로 가처분을 냈다면, 중국에서는 현지 기업 킹넷과 위메이드 등 두 곳을 상대로 IP 계약 중지 가처분을 냈다. 위메이드와 킹넷은 앞선 6월 '미르2' IP 사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활용한 웹게임 및 모바일게임 개발에 합의를 이뤘었다.
 
이와 관련 장 대표는 "액토즈의 주장은 하나다.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사전협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04년 법정에서 양사간에 '국외의 제3자와 단독으로 수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화해조서를 체결했고, 당시 액토즈가 화해조서 내 사전동의 항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빼게 됐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킹넷과의 계약 역시 외부에 공식화하기 전, 하루 전날이긴 하지만 액토즈 측에 계약사실을 알렸다"면서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그 때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등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그 때는 아무런 이의제기도 없다가 갑자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위메이드와 킹넷간 계약은 물론 이에 따른 수익을 함께 나누는 액토즈 이익에도 고의로 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도대체 어느 대목이 액토즈의 이익을 반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도 법정다툼이 영 나쁘지만은 않다는 내색이다. 글로벌 게임시장의 중심이 PC온라인에서 모바일, 또 최근에는 IP로 넘어가면서 지금 시점에서 '미르' IP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또 이를 통해 액토즈의 모회사이자 중국 퍼블리셔인 샨다게임즈와의 분쟁고리도 끊어 내겠다는 심산도 깔려 있다. 액토즈가 이번 소송에서 '미르' IP의 공동저작권자로 '위메이드·액토즈'로 정확하게 명시한 것이 반가운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장현국 대표는 "소송을 치르는 것이 마냥 달갑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신속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소송 내용엔 그간 액토즈가 '미르의전설' 중국 내 권리가 샨다게임즈에 있다고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미르의전설' IP가 위메이드와 액토즈 공동소유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하이 법원에서 진행중인 위메이드-킹넷에 대한 가처분은 인용 후 30일 내에 신청인(액토즈)이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거나 중재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30일간의 가처분이 해지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의 액토즈-위메이드간 법정다툼은 늦어도 내달 초 내에 본안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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