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과 김유정 등 라이징스타들의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자를 만났다. 캐스팅에 대한 기대와 자칫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 퓨전사극 장르에 대한 리스크가 공존했지만, 첫 방송만 놓고 보면 기우였다. 달콤함과 사극의 매력을 동시에 잡으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22일 첫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이영(박보검)이 있는 궁으로 돌고 돌아 들어 가게된 홍라온(김유정)의 모습이 그려졌다.
   
먼저 홍라온은 조선 최고의 '연애전문 카운슬러'로, 익살스러운 면모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눈치 백단과 빠른 판단력으로 '연애바보'인 사내들을 상담해주고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인물. 그녀의 독특한 직업(?)은 결국 이영을 만나게 되는 '큰 그림'의 시작이었다.
 
홍라온은 남장을 한 채 살아간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옛날부터 상투를 틀고 바지저고리를 입고 살아가다보니, 그녀는 언제부턴가 마을에서 홍라온이 아닌, 홍삼놈이라는 사내로 불렸다. 털털한 겉모습 이면에는 아픈 양아버지를 위해 약을 대접하고,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는 애잔함도 담겨 있었다.
 
이날도 그녀는 한 사내의 고민을 들어주던 중,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연모하는 여인을 만날 자신이 없던 의뢰인이 홍라온에게 대신 약속 장소에 나가 그녀를 만나달라고 부탁한 것. 홍라온은 "사람 마음을 돈으로 사면 안된다"라고 냉철하게 돌아섰지만, 액수를 올리자 이내 돌아서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운명의 시작일까. 양반 행색을 하고 멋진 시 한편을 읊으며 그녀를 맞이했건만, 나타난 인물은 다름아닌 이영이었다. 의뢰인과 서한을 주고 받았던 여인은 이영의 여동생 명은공주(정혜성). 이영은 여동생의 애를 태우는 '그 놈'을 만나기 위해 대신 나타났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예상과 달리 비리비리한 행색과 갓을 쓴 양반의 모습도 어색하다. 홍라온 또한 이영이 세자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느 사내처럼 그를 대하는가 하면, 고생 한 번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이영을 '화초 서생'이라고 부르며 놀린다. 
 

화가 난 이영은 "어느 집안의 자식인지 보자"며 홍라온에게 앞장서라고 말했고, 양반 신분이 아니었던 홍라온은 외딴 길로 이영을 유도해 깊숙한 구덩이로 그를 빠뜨렸다. 그리곤 "다음에 나를 만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소리치는 이영을 바라보며 "댁의 개가 되라면 되겠다"고 조롱하며 자리를 떴다.
 
이영의 말은 씨가 됐다. 왈패들에게 많은 빚을 가지고 있던 홍라온은 어느날 밤 납치됐고 강제로 입궐돼 내시가 될 상황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내시라면 꼭 거쳐야 할 신체검사. 여자의 몸인 그녀가 통과할리 만무했다.
 
결국 도망을 결심한 늦은 밤, 그녀는 낯선 사내에게 몸을 부딪혔고 달빛이 밝아지는 순간 드러난 얼굴의 이영은 홍라온에게 "반갑다 멍멍아"라고 나지막이 웃었다.
 
■ #퓨전사극X코믹 #비주얼 #신스틸러
 
퓨전사극이라는 장르에서 예고됐듯 현대인들의 감성들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사극톤의 대사도 잠시, 이영과 홍라온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은 코믹한 말투와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사극이라는 장르와 대조되는 코믹함은 두 배의 재미였다.
 
무엇보다 박보검과 김유정의 미모가 극 내내 '열일'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두 배우는 아직 극 초반임에도 '적어도' 시각적인 비주얼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평을 받기에 무리가 없어보인다.
 
짧게 모습을 드러낸 진영과 곽동연 또한 각각 귀티가 흐르는 김윤성, 이영의 호위무사 김병연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전개 속 맡게될 역할을 기대케 만들었다.
 
내시부들의 라인업은 영화 한 편을 꾸려도 될 것 같다. 내시부의 카리스마 넘치는 수장 한상익을 그리는 장광, 동궁전의 상제 내관 장내관의 이준혁, 성내관의 조희봉까지. 궁궐 속 내시부들의 탄탄한 연기는 드라마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구르미 그린 달빛'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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