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부에게 퇴사를 강요하는 등 주류업체 금복주가 창사 이래 수십 년간 성차별적 고용관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금복주에 시정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금복주·경주 법주·금복개발과 지주회사인 금복홀딩스 등 4개 회사의 성차별적 관행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이 업체에서 여성 직원 A씨가 결혼 계획을 회사에 알리자 '퇴사를 강요받았다'며 진정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 업체의 성차별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황을 확보하고 직권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1957년 창사 이후 현재까지 약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또 이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해 퇴사를 강요하거나 유도해왔다.
이들 업체의 정규직 직원은 280여 명이지만 이 가운데 여성은 36명에 불과하다.
여성 직원 중 기혼여성은 입사 전 결혼, 생산직으로만 근무 중이다. 사무직 여성 직원 가운데 기혼 여성은 A씨 1명 뿐인 상태다.
인권위는 금복주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근무를 할 수 있는 업무에는 대부분 남성을 채용하고 여성에게는 주로 경리·비서 등 관리직 일부 직무만 맡겼다고 평가했다.
또 여성은 고졸 등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 기준으로 채용, 주임 이상 승진을 배제하고 평사원으로만 근무하게끔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군복무 기간을 반영, 같은 학력과 같은 직급으로 채용됐어도 여성은 2년 늦게 승진하도록 했다.
심지어는 휴가를 쓸 때 조차 성차별을 했다. 경조 휴가일 경우 친가와 관련한 것만 인정하고 외가와 관련한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혼 여성은 시가 관련 경조 휴가만 인정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관행이 1987년 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복주는 이에 대해 "직권조사 도중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모두 퇴사하도록 했다는 관행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다.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십 년 동안 누적한 불합리 규정과 관행이 심각하다고 판단, 채용·배치·임금·승진·직원복리 등 인사운영 전반에 걸쳐 관행을 개선해 성평등한 인사운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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