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운우리새끼' 김제동의 맥락 없었던 하차

입력 : 2016-09-07 20: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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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결국 하차했다. 하지만, 과정이 개운치 못했다. 그의 하차를 두고 이틀에 걸쳐 제작진이 꺼내놓은 입장에는 전혀 맥락을 찾을 수 없었고, 찝찝함만 남았다.
  
'미운우리새끼'는 지난 7월 20일 파일럿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싱글남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의 일상이 관찰 카메라로 공개됐고, 세 사람의 어머니가 스튜디오에서 '다 큰' 아들을 관찰하는 참신한 콘셉트로 호평받았다.
 
좋은 분위기는 한 달 뒤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다. 금요일 밤 11시대에 자리잡은 '미운우리새끼'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나혼자산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제치고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김제동은 보이지 않았다. 1회에서도, 2회에서도. 심지어 3회 예고편에서도 말이다. 이와 반대로, 그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지켰기에 의아함은 더했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언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마침 김제동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외압' 논란이 터졌다. 파일럿과 정규 방송 사이인 8월 5일, 김제동은 경북 성주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배치 촛불집회'에 참여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소위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것.
  
이런 시각에 대해 프로그램을 연출한 곽승영 PD는 지난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적인 문제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호했다. 
 
그는 "'미운우리새끼' VCR 녹화는 사드 발언 전이었고, 스튜디오 녹화는 발언 이후였다"며 "만약 문제가 됐다면 스튜디오 녹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3회부터는 김제동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그의 출연을 확답했다.
 
그런데 정확히 이틀 뒤인 7일, 김제동의 '하차' 소식이 전해졌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김제동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하차를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파일럿 방송 이후 김제동의 추가 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즉, 곽 PD가 5일 언급한 김제동의 3회 출연 분량도 파일럿 당시 촬영된 셈이다. 추가 촬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김제동의 하차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불과 48시간 전 밝혔던 '3회부터 계속 나온다'는 입장과 180도 다르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또 있다. 추가 촬영이 없었는데도, 김제동의 모친은 정규 편성 이후 스튜디오의 한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SBS 제작진이 김제동이 아닌 그의 모친만을 단독으로 섭외했을리는 만무하다. '통편집'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내부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또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의 말처럼 '아무런 문제 없는' 행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금세 드러날 일임에도 모르쇠로 일관한 태도 또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참신한 소재로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던 '미운우리새끼'였기에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SBS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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