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조작논란에 16년전 담당형사 자살…의구심 커져

입력 : 2016-09-28 18: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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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과정에서 조작 정황이 드러나 재심이 진행 중인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맡았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0시 50분께 전북 익산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A경위(44)가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A경위는 전날 동료들과 오후 11시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아내에게 “힘들고 괴롭다”는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A경위는 가족들이 잠시 집을 비운 틈을 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사건이 보도되고 재판이 시작된 뒤 너무 괴로워했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경위가 휴대전화에 임시로 저장한 ‘잘 살아라. 먼저가서 미안하다.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발견됐다.
 
2000년 8월 10일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진범으로 지목된 최모씨(32·당시 16세)가 수사과정에서 불법 체포·감금, 폭행으로 택시기사 유모씨(당시 42)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사건이다.
 
수사를 맡았던 익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사흘 뒤에 인근 다방에서 배달일을 하던 최씨를 용의자로 붙잡았다. 최초 목격자인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범인으로 몰렸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으로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공구함에서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는 1심에서 15년형, 2심에서 10년형을 받아 복역했고, 최씨는 만기 출소 후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최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점, 새로운 증거가 확보된 점 등을 들어 재심을 결정했다. A경위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세번째 공판에 출석했었다.
 
 김두연 기자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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