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프랑스 감정팀 "위작 맞아…한국 검찰 판정 이해 못 해"

입력 : 2016-12-21 09:07:50 수정 : 2016-12-21 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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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미인도. 포커스뉴스 제공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한국 검찰의 판정에 대해 프랑스 감정 업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의견을 따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장 페니코 뤼미에르 태크놀로지 사장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미인도의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의 안목감정, 위작자를 자처해 온 권춘식씨에 대한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 미인도는 천 화백이 1976년 그린 작품 '차녀 스케치'를 토대로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진품 결론의 근거로 미인도에서 나타난 두터운 덧칠, 육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안입선이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나타는 특징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또 여러 차례 두텁게 덧칠 작업을 하고 '석채'라는 안료를 사용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에 페니코 사장은 "위작자도 충분히 석채를 사용할 수 있으며, 흉내 낼 수 있다"며 "검찰 근거는 과학적이지 않으며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감정을 위해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의 기법을 동원한 것에 대해 "원적외선 기법 등은 1950년대부터 사용했으며 첨단 기법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페니코 사장은 "과학적으로도 위작으로 나타났고 또 천 화백이 생전에 '미인도'가 분명히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밝혔는데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는 검찰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천 화백은 생전 미인도의 위작 여부와 관련해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라고 뜻을 밝힌 적 있다.  
 
페니코 사장은 이어 "우리 회사는 2001년부터 루브르 박물관과 미술 감정 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해 온 프랑스에서도 최정상급 감정회사"라며 "검찰이 원한다면 한국에 가서 위작이라는 사실을 공개 토론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감정단은 지난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림 속 숨겨진 모습을 밝혀내며 전세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감정에서 그림이 그려진 방식과 패턴을 추전해나가는 '층간증폭법(Layer Amplification Method, LAM)'이라는 특수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랑스 감정단은 지난달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2%이며 위작이라는 판정이 담긴 보고서를 천 화백 유족과 검찰에 제출했다.
 
김견희 기자 kh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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