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한국 외교관 성추행에 한인회 "한 개인의 일탈이다"

입력 : 2016-12-20 09:24:41 수정 : 2017-02-06 14:16:44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칠레 한국 외교관. 포커스뉴스 제공

"한 외교 공무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개인의 일탈'이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A 참사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칠레한인회는 20일(한국시간) 이같은 공식입장을 밝혔다.
 
칠레한인회는 "혹시라도 칠레내에서 한 개인의 부정과 일탈을, 다른 한국사람들과 하나로 묶어서 몰아가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두 한국인이라는 연대 책임의식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피해를 입은 칠레인과 칠레 학생에게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회는 A 참사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부끄럽다'며 절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인회는 "방송을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고, 답답한 마음을 피할 수 없었다"며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수많은 칠레인들에게 이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경도 전했다.
 
또 "의미없는 비난은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상황 대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인회는 입장글을 통해 "한국국적의 현직 외교관이 저지른 일이고,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개인의 일탈을 한국인과 한국문화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의 계기로 만들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A 참사관에게는 공정한 조사를 바탕으로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 유사사건의 방지를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칠레한인회 공식입장의 전문이다.
 
지난 주말 저녁 Canal 13를 통해서 A 참사관 칠레 미성년자 추행 사건이 방송되었습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고, 답답한 마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칠레 교민들 마음이 똑같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수많은 칠레인들에게 이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칠레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당분간 모든 한인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문화, 한국어, K-Pop에 대한 관심이 엷어지거나, 오히려 반한감정이 확산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어느 학교에 재학중이던, 모든 칠레 거주 한국학생들에게 정신적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선, 각 가정에서는 우리 어린 학생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다독여 주고,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일은 벌어졌습니다. 엎어진 물입니다. 다시 돌이킬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국인으로서 잃은 명예와 상처난 자긍심을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하는가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의미없는 비난은 사태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대사관 직원이 벌인 일이지만, 철저하게 “한 개인의 일탈” 입니다. 한 외교 공무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개인의 저열한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일입니다. 혹시라도 칠레내에서 한 개인의 부정과 일탈을 다른 한국사람들과 하나로 묶어서 몰아가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대사관이나 여러 한인단체를 비난하거나, 상처받는 말과 행동도 자제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국인이라는 연대 책임의식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었을 많은 칠레인과 칠레 학생에게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 가에 대해 대사관과 한인회를 비롯한 한인사회 전체가 고민해서 향후 이런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적인 개선책을 함께 마련하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한류라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중차대한 과제를 특정한 개인이 너무 오랫동안 관장한 것도 원인으로 보이는 바, 담당 공무원의 주재기간 준수, 한류사업 관리체계 개선 등이 요구되고 근본적으로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외교관 현장배치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본 사건 관련하여 공정한 조사를 바탕으로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므로써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아 유사사건의 방지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사건은 한국국적의 현직 외교관이 저지른 일이고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개인의 일탈을 한국인과 한국문화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의 계기로 만들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외교관 한두사람에 의해 한 국가의 모든 이미지와 명예가 좌지우지되는 시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칠레에 살고 있는 3천 한인 한명한명이 민간외교관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3천 칠레한인은 자중하면서, 더욱 열심히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사람 한사람 정직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이웃 칠레인들에게 진솔된 모습으로 보여줄 때, 바닥으로 추락한 한국과 한인의 위신을 회복하는 시간이 단축될 것입니다.
 
"더이상의 우리 어린 여학생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이 방송을 내보낼 수 밖에 없다" 라고한 프로그램 진행자의 마지막 멘트가 가슴을 때립니다. 더이상의 일부 공직자에 의한 대한민국 그리고 칠레한인사회의 명예실추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은 없는지 다시한번 돌아봅시다. 그리고 철저하게 반성합시다. 곪은 부위는 터트려야 합니다. 제대로 상처를 치유했을때, 새살이 돋아나고 다시 건강한 몸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 K-pop 등으로 포장된 한류에 대한 모습을 다시한번 재정립합시다. 다시한번 칠레 한인사회가 건강하게 도약할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2016. 12. 20. 칠레한인회
 
김견희 기자 kh8000@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