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12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에게 간단하게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소환 현장에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회원들도 몰려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재용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를 들은 이 부회장은 더욱 움츠려 들었다.
특검은 일단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13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피의자로,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삼성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는 기본 입장이다. 검찰 수사와 마찬가지로 특검 조사에서도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이 뇌물죄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기소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또 이 부회장의 소환으로 삼성그룹의 경영 마비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 공개 소환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만이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조사 받기 위해 소환됐다.
삼성전자에게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위상과는 반대로 '기업 총수 검찰 조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이 부회장의 기소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 그룹의 분위기는 급속 냉각된 상태다.
그룹 소식통에 따르면, 10일 특검이 '제2의 태블릿PC' 확보 발표 이후로 소환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상태다.
현재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지원했다며 '공갈·강요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회장도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특검은 그룹 내 2인자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3인자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차장을 소환해 19시간에 가까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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