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2년차 배우 김선아가 '품위있는 그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분노, 애잔함, 여유로움이 뒤섞인 입체적 캐릭터 '박복자'를 실감나게 소화했다. 그동안 자신의 대표작으로 불려왔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자리를 '품위있는 그녀'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시청률에서는 51%를 기록한 '내 이름은 김삼순'과 12%의 '품위있는 그녀'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김선아의 연기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품위있는 그녀'는 이미 올 2월 모든 촬영을 끝마쳤다. 그럼에도 얼마 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여전히 박복자를 향한 애정과 여운이 가득했다.
■ ‘대체 불가’였던 김선아의 박복자 “처음에는 자신 없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대기업 회장 안태동(김용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박복자는 드라마의 화자이자,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그만큼 박복자가 ‘품위있는 그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선아는 사투리와 표준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박복자를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그는 처음 박복자를 접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막상 대본을 보니까 복자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왔어요. 복자의 어린 시절 사연을 알기전까지는 그가 하는 행동들이 딱히 공감도 안됐고...캐릭터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아요.”
김선아가 ‘품위있는 그녀’의 출연을 결심하기까지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호흡을 맞춘 김윤철 PD를 향한 신뢰가 있었다. 김선아는 “감독님(김윤철 PD)과 다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다”며 “워낙 전체적인 조율을 잘 해주신 덕분에 나도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선아는 시청률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을 준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니에요.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잘 안된 작품이더라도, 캐릭터가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으면 모두 소중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품위있는 그녀’를 다양한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서 좋다고 한 김선아는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복자로 살아와서 너무 행복했고 촬영 기간이 제법 길어서 그런지 유독 정이 갔다”고 눈을 반짝였다.
30대 초반 ‘내 이름은 김삼순’, 40대 초반의 ‘품위있는 그녀’. 10년 단위로 ‘인생작’을 만나고 있는 김선아의 다음 행보는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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