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비가 돌아왔다. 올해 배우 김태희와 결혼 후 행복한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그가 2014년 1월 정규 6집 'Rain Effect' 이후 3년 만에 새 앨범으로 팬들 앞에 나선 것이다. 어느덧 데뷔 15년차를 맞은 비는 한층 여유롭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비는 1일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31층 스카이킹덤에서 새 미니앨범 [MY LIFE 愛]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서 최초 공개된 '깡'의 뮤직비디오는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비트와 화려한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비는 속사포 랩을 선보이다가도 후렴구에서는 뛰어난 가창력을 뽐냈다. 하지만 한 곡에 여러가지 느낌을 담아낸 멜로디 구성이 다소 난해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듣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비는 "정말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다 보니 설레고 행복하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쇼케이스를 했을 때가 3년 전이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이 자리가 오랜만의 공식석상이었음을 언급했다.
■ 'MY LIFE 愛', 지금의 비를 있게 한 히스토리 담았다
이번 앨범 타이틀 'MY LIFE 愛'는 가수로서 비의 인생에 자리 잡은 음악을 愛(사랑 애)로 표현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히스토리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깡'을 비롯해 '오늘 헤어져 (feat. 조현아 of 어반자카파)','입에 달아 (Baby Baby)','다시 (Again)','Sunshine'이 수록됐다. 힙합, 발라드, 어쿠스틱 알앤비, 레트로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냈다. 작사, 작곡 비중까지 늘리며 '완성형 아티스트'의 진화를 꾀했다.
비는 "데뷔 15주년을 맞이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앨범을 낼 때 마다 항상 부담감은 있다. 완벽히 준비가 되지 않은 음악으로 나오기가 싫어서 어느 때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은 나의 음악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예전에는 이를 악물고 깡있게 했었다면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긴 것도 같다"고 했다.
■ '깡','오늘 헤어져' 강함과 부드러움 모두 소화
정식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달 24일 나온 선공개곡 '오늘 헤어져'는 비의 애절한 감성과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오늘 헤어져'는 어반자카파 조현아와 함께한 곡으로 오랜 연인이 반복되는 다툼 속에서 헤어지지 못하고, 이별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그동안 강렬한 댄스곡 외에 발라드 장르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온 비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깡'은 'rainism', '30sexy'를 통해 나타난 비의 섹시하고 강렬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힙합 장르다. 일렉트로닉 트랩 비트에 수십 가지의 현란한 사운드 믹스와 R&B 멜로디 라인을 타고 흐르는 비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어우러졌다.
그동안 비가 주로 시도하지 않았던 힙합 스타일의 곡이었기에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는 "나는 어릴 때부터 힙합을 듣고 자란 세대였다"며 "실험적인 시도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태생적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가수이기 때문에 비주얼적인 면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면서도 "사실 내가 데뷔 초부터 가창력이 돋보이는 스타일의 가수는 아니었지 않냐.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 노래적인 측면도 같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독보적 남성 솔로, 제2의 비는 언제쯤?
비는 2000년대 초중반 세븐과 함께 남자 솔로 댄스 가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남자 솔로 가수들이 차츰 사라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는 "요즘에는 처음부터 솔로로 나오는 남자 가수를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나의 계보를 잇는 후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나의 아이디어를 내가 소화하기가 힘든 순간도 있고, 그런 것들을 주고 싶은 경우가 있다"며 "춤은 내가 계속 갈고 닦아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엄정화 선배처럼 여러 가지로 영향력을 주며 후배들과 공존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30대 가장' 비 "이제는 주위 둘러보게 됐다"
비는 올 1월 김태희와 결혼식을 올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최근 어여쁜 딸의 아빠가 되면서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가장의 막중한 책임감을 담아 이번 활동에 임할 예정이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가족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자연스레 김태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비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가족 이야기를 할 때는 더욱 신중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MC 딩동이 최근 출산한 딸의 소식을 언급하자 "올해 좋은 일들이 참 많았다.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후 "나보다도 소중한 존재가 생겼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나를 사랑해준 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꼭 세상에 도움이 되는 아이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후로는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것들이 아이나 가족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말씀 드리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비는 "이전에 젊은 청년 20대 비가 있었다면, 지금은 책임져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활동에 임하는 각오가 다르다"면서 "여태껏 독기가 가득 찬 20대를 보냈다면, 이제 주위를 둘러보게 된 것 같다"고 결혼 후 달라진 점을 이야기했다.
이날 비는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서는 자리임을 의식한 듯 말 한마디와 행동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그는 "기자간담회 장소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처음보는 기자들도 많은데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뮤직뱅크' 녹화가 있어서 바로 가봐야 한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끝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오늘을 기점으로 연말까지는 해외 콘서트 때문에 이동이 잦을 것 같은데 시간이 닿는 한 국내 활동에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의 새 앨범 수록곡은 이날 오후 6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오는 3일에는 KBS2 단독 컴백 특집방송 '2017 RAIN IS BACK'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박찬하 기자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