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인연을 맺어준 꼼장어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꼼장어를 처음 맛본 것은 20대 초반, 친구들과 어울려 싸돌아다닐 때 포장마차에서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나 홍합, 어묵을 안주로 소주를 나눠 마실 때 꼼장어는 특식이나 다름없는 귀한 안주였다. 직장인들이야 값이 저렴한 안주였겠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용돈이 좀 생겼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시절에 꼼장어를 나눠 먹었던 친구들과 지금도 만나면 그 시절 이야기를 종종 나누고 있으니 꼼장어나 친구나 질긴 인연이다.
꼼장어를 다시 맛본 것은 부산에 출장을 가서 우연히 만난 중년여성(김)이 데려간 허름한 선술집에서다. 우연히 확인한 나이가 같아서 우리는 금방 가까워졌고, 이슬비가 내리는 오후에 꼼장어와 소주를 나눠 마셨다. 지금은 연락이 끊겨서 만날 수 없지만 부산에 갈 때마다 그녀와 꼼장어가 생각난다. 2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지만 꼼장어를 먹을 때마다 미소 짓던 그녀의 얼굴과 강한 부산사투리가 떠오른다.
부산 초량시장 입구에서 다시 꼼장어를 먹었다. 꼼장어를 먹는 법은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가지가 있다. 여럿이 갈 때는 먼저 소금구이를 먹고 나중에 양념구이를 먹는다. 30년째 그 자리에서 꼼장어를 팔고 있다는 주인 할머니가 가르쳐준 순서이다. 소금구이에는 풋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은 것이 전부이고, 양념구이에는 초고추장 양념이 더해진다.
꼼장어는 본디 먹장어가 제이름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곰장어라 부르던 것을 강한 억양 때문에 꼼장어라 불리고 있다. 몸길이가 55~60cm 정도인 바닷장어다. 머리와 얼굴은 못 생겼고, 몸 색깔은 엷은 갈색이다. 비늘이 없고 피부는 점액질로 덮여 있다. 껍질을 벗겨도 오랫동안 살아있는 강한 생명력 때문에 보양식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연안에 서식하며 작은 물고기나 다른 해양동물의 사체를 먹고 산다. 그래서 바다의 청소부라고도 한다.
꼼장어는 주로 술안주로 먹는데 노화를 예방하고, 발육성장을 돕고, 성인 남자들의 스테미너 향상에 좋다고 소문이 나 있다. 당뇨나 퇴행성 질환을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시력회복과 여성들의 피부관리에도 도움을 준다니 기적의 식품인 듯하다. 추운 겨울 뿐만 아니라 사계절 먹을 수 있다고 꼼장어집 주인은 말한다.
꼼장어의 산란기는 8~10월이다.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근해에 산다. 근래에는 지나친 포획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서 우리 근해에서 많이 잡히지 않고, 동중국해에서 잡힌 것들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수족관에 살아 있는 것은 국산이고 냉동실에 들어 있는 것은 수입산이라고 하면 거의 맞는 말이라고 한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