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신과함께'·'1987', 미래를 대비하는 영화들이죠"(인터뷰)

입력 : 2018-01-05 10: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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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이 2018년 무술년의 첫 '천만 영화'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인 하정우가 있다. 그는 주요 등장인물인 강림차사를 맡아 감정부터 액션까지 폭 넓은 연기를 선보여 흥행의 1등 공신이 됐다.
 
이 뿐 아니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작품인 '1987'에서도 주연 최검사로 분했다. '1987'은 묵직한 시대물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필견' 영화로 자리잡았다. 특히 '신과함께'는 동명의 유명 원작 웹툰을, '1987'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다는 공통점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두 작품이 동시에 대결을 펼치는 희귀한 경험을 하고 있는 하정우를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깊은 속내를 들어봤다.
 
Q. 하정우와 하정우가 맞붙는데.
 
A.
처음에는 철 없게도 뿌듯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다음에 스케줄이 고민되더라. 연말이든 연시든 술 한 잔 하기도 힘들겠고 분위기도 못 느낄 것 같았고.
 
그 뒤에는 두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 매 순간 생각하는 건 '어떤게 더 잘될까'인데, 사실 답이 안나오고 말씀 드리기도 힘든 부분이다.
 
Q. 이런 경우가 처음인 것 같다.
 
A.
동시에 (제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걸린 건 처음이다. 한 달 차이는 있었다. '범죄와의 전쟁'과 '러브픽션'이 생각난다.

저 말고도 오달수의 '터널'과 '국가대표2', 조진웅의 '군도'와 '명량'도 한 달 차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Q. 신기한 라인업이다. 반면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A.
매번 영화가 뜨거운 경쟁 속에 있었기 때문에 더 부담되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익숙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두 작품이 동시에 걸린 건 처음이니까. 그냥 누구도 힘빠지거나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A.
두 영화 촬영 기간이 겹치진 않아서 체력은 괜찮았다. 다만 카메라 앞에서 다른 부분이 있었다. '1987'의 경우 사실주의 영화다보니 배우들과 주고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전날 술을 많이 먹고 숙취로 고생해도 상호 작용이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과함께'는 장면을 다 토막내고 CG(컴퓨터그래픽) 처리를 한 뒤 연결하는 작업 때문에 반대였다. 또 배우는, 예를 들어 산에서 연기하면 숲 같은 분위기에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신과함께'는 그런거 하나 없이 상상만으로 연기하는게 어려웠다.

 
▲ "강림차사는 '검은색' 느낌으로 연기"
 
Q. 이제 각각의 영화를 이야기해보자. '신과함께'의 경우, 본인은 저승이 있다고 믿나.
 
A.
전 크리스찬이다. 때문에 사후세계를 믿는다. 그렇다고 그게 저승은 아니다.

Q. 그런가. 어쨌든 영화에는 일곱 지옥이 나온다. '여기는 반드시 무사통과할 수 있다' 싶은 지옥 있나.
 
A.
개인적으로는 '나태 지옥'에선 괜찮을 거 같다. 저는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살인 지옥' 같은 극단적인 지옥은 배제하고.
 
Q. 강림차사를 연기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원작의 해원맥과 성격이 바뀌었고, 진기한 변호사의 역할을 상당부분 흡수했다.
 
A.
저승에서 변호사 강림, 이승에서 원귀를 쫓는 강림 이 두 모습을 어떻게 아우를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하고. 이때 떠오른게 '절제'다. 색으로 따지면 검은색.
 
영화의 주요 감정 부분은 자홍과 수홍의 어머니이다. 저승 3차사 분량이 아무리 많아서 이들의 감정을 보는게 아니고 재판을 받는 사람을 보는거다. 그래서 인물을 감추려 노력했다. 3차사가 자홍을 재판장에 데려다주는 것처럼 관객들을 영화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봤다.
 
Q. 스토리와 인물 이야기는 원작과 비교해 관객들의 호불호는 있지만 액션을 비롯한 CG는 호평이 많다.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판타지 액션이기도 하고.
 
A.
먼저 시나리오에 서술이 아주 자세히 되어있엇다. 그리고 프리비주얼의 도움도 받았다. 이건 우리가 한 장면을 찍을 때, 배우 움직임 뒤에 무엇이 있고, 앞에 괴물은 어떻게 자세를 잡고 있는지를 CG를 통해 미리 보여주는거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어려운 건 상대와의 호흡이다. 맨바닥에 헤딩하거나 벽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극 중에선 제가 하늘 보고 해원맥이나 덕춘이한테 이야기하는게 있는데, 사실 그건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거라 상당히 뻘쭘하기도 했다.

 
▲ "'1987', 모두가 볼 가치가 있는 영화"
 
Q. 이번엔 1987 이야기를 해보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라 부담감이나 어려움이 있었을 듯 하다.
 
A.
고증에 매우 철저했기 떄문에 촬영할 때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기 않았다. 하지만 관객들께 영화를 소개할 때가 문제였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없지 않은다. 시대를 직접 겪었던 분께는 지우기 힘든 큰 아픔인데.
 
특히 시사회를 열었을때 박종철 열사님 유가족, 이한열 열사 추모단체, 당시 함께 하셨던 분들이 오셨다. 무대인사 올라갈때 걱정 많았다. '즐거운 관람 되십시오' 이렇게 인사 드릴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고개만 숙여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Q. 1987년 당시 하정우는 '꼬마'였다.
 
A.
어릴때 기억으론 강건너에서 폭죽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사실 그건 최루탄 터지는 소리였던 듯 하다. 하교길에 맡았던 매케한 냄새도 사실 그거였을거다. 사실 10살 꼬마가 무슨 생각이 있었겠나. 그냥 그런 상황이 기억난다. 다만 성장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누구 때문에 실현된 것인지 역사를 공부했다. 그리고 그때의 어른과 선배한테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2016년, 2017년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 모습이 30년 전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한다. 물론 당시 투쟁에 비해 모자란 부분도 더 나은 부분도 있겠지만 모두 역사의 한 가운데 있었다는 점에선 마음 만큼은 똑같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모두가 이 영화를 들여다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Q. 하나는 판타지 영화인데 하나는 사실을 다룬 영화다. 그래도 비슷한 점이 있다면?
 
A.
안 그래도 생각해봤다. '신과함께'는 우리가 가지 못한 저승을 체험하는 작품이다. 촬영을 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더라. 이를 통해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1987'은 30년 전 사건을 스크린으로나마 겪으면서 오늘을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더라. 둘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대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Q. 바쁘게 지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바쁨'이 있나.
 
A.
정확한 건 아니지만 아마 2월초 쯤 영화 '월식' 촬영이 있을 것 같다. 거기에 집중해야겠다.(하지만 5일 시나리오 수정으로 '월식'의 촬영이 미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Q. '신과함께-인과 연'도 2018년에 개봉할텐데.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A.
성주신(마동석)과 해원맥(주지훈)의 대결이 있다. 저의 경우는 김수홍(김동욱)을 통해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나아가 덕춘(김향기)까지 저희 3차사가 어떻게 묶이게 됐는지도 그려질 예정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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