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재인 "올해 음악적으로 무조건 성장해야…안되면 혼쭐날 것"

입력 : 2018-01-22 08:50:40 수정 : 2018-01-22 09: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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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음악적인 레벨업을 반드시 이뤄야 해요.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작업실에 나를 가두고 채찍질하려고요" 지난 15일 새 싱글 '버튼'을 발매한 가수 장재인의 머릿속에는 음악에 대한 생각과 열정이 가득했다. 

2010년 '슈퍼스타K2'에서 주목을 받은 이후 이듬해 가요계에 데뷔한 장재인은 신비로운 목소리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왔다. '버튼' 역시 장재인 특유의 음색과 뚜렷한 메시지가 돋보이는 곡이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유로움이 넘쳤던 장재인을 열흘 전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 미스틱 수장 윤종신이 쓴 '버튼', 장재인 방식으로 해석

'버튼'은 윤종신이 작사, 작곡하고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편곡한 포크 스타일의 노래다. '귀 바로 뒤에 하나 예쁜 버튼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누르면 널 건너뛰어'라는 가사처럼 힘들었던 상대방과의 기억을 버튼 하나로 지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윤종신은 "이별 후 버튼 하나면 아픈 기억, 슬픈 추억을 잊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며 가사를 썼다"고 했다. 여기에 장재인은 자신만의 생각과 해석으로 '장재인스러운' 노래를 완성했다.

"윤종신과 저의 해석 방식은 조금 달라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에 국한되기 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아픈 기억을 삶 전체로 나아가서 풀어내보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이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 어느 날 문득 내가 바보 같아 보이거나 무기력해지는 그런 감정이 모두 녹아들었으면 좋겠어요. 노래는 듣는 이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한이든 즐거움이든."

그는 "윤종신이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를 보고 가사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나도 봤는데 너무 어렵더라. 그냥 내 식대로 해석하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러라고 하셨다"며 "그렇게 해서 결과물이 잘 나오면 좋은 것이고, 막히면 다시 윤종신의 의견을 따르면 되는 거니까 부담은 안됐다"고 말했다.

■ 장재인에게 윤종신이란? "언제나 신뢰하는 선생님"

지난 2010년 '슈퍼스타K2'에서 도전자와 심사위원으로 마주했던 두 사람은 벌써 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 현장에서는 자연스레 윤종신과 관련된 질문이 자주 나왔다. 장재인은 윤종신을 '배울 점이 많은 스승'이라고 언급하는 등,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또 아직은 '직장 상사'인 윤종신을 따라야 된다며 농담 섞인 진담을 건네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쓴 노래를 부를 때는 최대한 이성적인 끈을 놓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제가 만든 곡이라면 제 스타일대로 편하게 가겠지만, 곡을 써준 사람의 만족도도 중요하니까요. '버튼'은 감정이나 기억을 초반에 잡아놓고 이후에는 목소리와 폼을 나타내는 데 집중 했어요."

"작곡가로서 윤종신의 가치는 정말 대단해요. 뻔하지 않은 멜로디에 예술적인 감각까지 녹여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런 것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내요. 대중성과 작품성의 조화를 잘 이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매달 '월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노래 연습도 꾸준히 하잖아요. 그런 점을 보면서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장재인은 "나도 어떻게 보면 직장인이기 때문에 아직은 상사(윤종신)의 의견을 따라야한다"며 "연차가 쌓이는 내년부터 조금씩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물론 윤종신은 훌륭하고 좋은 분이며 언제나 신뢰한다"고 웃었다.

■ "음원 순위 욕심 없다, 일희일비 안하기로"

언제부턴가 가요계는 노래의 가치를 음원 순위, 앨범 판매량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장재인의 소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는 상업적인 면에 치중하기 보다는 가수의 개성을 살리려는 시도를 자주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공교롭게도 장재인은 올해 미스틱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여러모로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그는그런 상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으려 애썼다.

장재인은 '희망하는 음원 순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멋쩍게 웃더니 "인생은 다 흘러간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어 "'버튼' 활동을 하면서 가장 바라는 건 윤종신의 행복이다"며 "나의 행복은 아직 숨겨져 있다. 창작자만 행복하면 나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소속사 후배 가수 민서가 '좋니'의 여성버전인 '좋아'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던 것에 대해서도 "별 생각은 없었다. 음악을 할 때는 결과나 순위에 너무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인생은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장재인의 성향은 동료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다른 가수들과 특별히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누구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음악 하는 사람은 다 사랑해요. 나이에 상관없이 나보다 음악을 잘하는 어린 친구가 있으면 언제든 궁금한 점도 물어보고 의견도 나누는 편이에요. 음악 하는데 선후배 관계를 너무 따지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쌓아온 커리어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봐요."

■ 호불호 갈리는 목소리, "좀 더 편하게 내야겠다는 생각 있어"

장재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개성 있는 목소리'다. 독특한 음색과 창법은 장재인을 대표하는 매력으로 꼽히지만, 듣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는 본인만의 특징은 유지하되 목소리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제 노래를 듣는 대중이 '장재인'이라는 사람을 뚜렷히 느낄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좋아요. 어릴 때부터 기술적인 발성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규정되지 않은 것을 집중해서 하고 싶어요.  짜여진 틀대로 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소리를  편하게 내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담담하고 담백한 노래도 부르고 싶고요"

장재인은 "목소리가 사람들한테 효과적으로 들리도록 보완하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에 '버튼'을 녹음할 때도 그런 점들을 감안해서 연구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보컬 수정 작업을 계속 했다. 덕분에 완성도와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고 자신있어했다.

■ '슈스케' 장재인과 지금의 나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해…노련함 쌓였다"

데뷔 8년차에 접어든 장재인은 이제 제법 성숙해졌다. 2013년 근육이 수축하는 '근긴장이상증' 투병 사실을 밝히고 치료를 해오면서 그는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하루 종일 노래를 들으면서 내공을 올리는 일'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장재인의 음악적 욕심과 에너지는 대단했다.  기타를 메고 '슈퍼스타K' 무대에 수줍게 등장했던 대학생 장재인은 어느덧 목표와 주관이 뚜렷한 아티스트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근긴장이상증은 신체의 일부처럼 가져가는 병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데 거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며 "사람이 항상 손이 떨리거나 두통에 시달리면 오히려 별다른 인지를 못하지 않냐. 나도 그런 것처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예전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냥 참고 누르기만 했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한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맞는 건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더라"며 "음악적으로는 시야와 폭이 넓어지고 객관성도 뚜렷해졌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여유와 노련함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장재인의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힘이 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누군가가 나의 힘들어하는 마음을 알고 다독여주는 그림 있잖아요. 말로 '괜찮냐'고 하는 것보다 별다른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주는 위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을 정말 잘해야죠. 이왕 이 길을 걸었으니 장인이 꼭 되고 싶어요. 24시간 동안 노래를 듣고 연습하면 언젠가 그 목표에 다가갈 수 있겠죠?"

사진=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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