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권력구조가 완전히 재편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고, 헌법에 따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한 권한대행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정부를 이끌게 되지만 평시와는 달리 입법부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국회도 권력의 한 축으로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게 됐다.
한 권한대행은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현 상황의 조속한 수습과 안정된 국정 운영이 마지막 소임이라 믿고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권한대행이라는 불완전한 위치에서 국회와의 협력이 없으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절박함을 호소한 것이다. 우 의장도 “국회와 정부의 국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조속히 가동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특히 “정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정부의 모든 판단 기준을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정파적 이해관계가 달린 현안에 대해 특정 정당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제1야당이자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가 권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국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단은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국정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은 우방국과의 공조와 대외 신인도 문제를 감안해 탄핵안 가결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갖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대통령 권한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한편 여야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 청문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청구에 대한 헌재 심리가 시작되는 가운데, 재판관 공석 세 자리가 조기에 채워질지 관심이다.
앞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임기 중 파면되는 역대 두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