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창구에 민원인 몰릴 듯” 커지는 현장 혼선 우려

입력 : 2025-09-28 18: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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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피해 현황

정보 서비스 647개 동시 멈춤
온라인 민원·세금 납부·부동산
지방 행정 서비스도 마비 초래
119 신고·구조 차질도 ‘걱정’
민생 쿠폰 발급 수요까지 겹쳐
“월말이라 창구 업무 지연 걱정”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시작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주요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되면서 중앙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가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전산망 장애와 그로 인한 불편이 전국으로 확산돼 피해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5층 전산실 2곳 중 1곳 내에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 팩 384개와 서버 일부가 불에 탔으며, 다른 전산실도 연기와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이 여파로 정부24,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등 정부 정보 업무서비스 시스템 647개가 동시에 멈췄다. 모바일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같은 필수 행정 서비스부터 정부 24, 온라인 민원서비스, 각종 세금 납부 등 대부분의 민원 업무가 중단되면서 시민 불편이 속출했다.

전국 시도청과 기초자치단체도 정부 전산망과 연계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토지대장·건축물대장 열람, 납세 증명 등 지방 행정 서비스 역시 전반적으로 마비됐다.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8시 15분께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5층 제7전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배터리 지하 이전을 앞두고 전원 사전 차단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UPS는 전기 공급이 끊기거나 전압·주파수에 변동이 생겨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소방 당국은 27일 오전 6시 30분께 불길을 잡은 뒤 같은 날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했다.

행정안전부는 긴급히 네트워크 장비 재가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는 통신·보안 인프라 가동이 완료되면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551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서비스 정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대전 국정자원 647개의 정부 전산 시스템 중 96개는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나머지 551개는 정보시스템을 가열로부터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 중단됐다. 전소된 시스템이 완전히 재가동 되는데는 약 2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등 일선 지자체에서는 월요일인 29일부터 민원 현장에서 불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등록 등·초본, 인감증명서 등 금융·부동산 거래에 필수적인 서류도 온라인 발급이 불가능해지면서 월요일부터 관공서 창구에 민원인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부산 북구에 거주 중인 30대 남성은 “특히 월말이라 은행과 법무사 사무소에 사람들이 몰리면 창구 업무가 늦어지고 줄이 길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생 지원 소비쿠폰으로 행정 서류 발급 수요까지 겹치면서 현장 혼선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주민센터에서 선불카드로 신청할 때는 대리 수령이 가능한데, 이때는 대리인의 신분증과 위임장, 주민등록등본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서류의 온라인 발급이 막히면서 대리 신청을 위해 직접 서류를 떼려는 주민들이 몰릴 경우 월요일부터 민원 창구마다 큰 혼잡이 예상된다.

119 신고와 구조 활동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재로 GPS 기반 위치 정보 활용이 중단되면서 신고자의 위치 반경 추정치가 기존보다 넓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GPS를 통해 신고자의 위치를 자동 추적했지만, 현재는 휴대전화 기지국을 기반으로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다. 기지국 신호를 기반으로 특정할 수 있는 소재지 반경은 GPS보다 넓어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경찰은 정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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