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배우 김해림. 꽤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친숙한 느낌을 준다. 크게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지만 이래봬도 데뷔 5년 차의 중고신인이다. 스무살이던 지난 2010년, KBS2 ‘매리는 외박중’을 통해 데뷔했고, 이후 KBS2 ‘학교 2013’(2012), ‘천상여자’(2014) 등에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달 종영한 MBC ‘딱 너같은 딸’에서는 주인공 마인성(이수경)과 소정근(강경준)이 속한 영업개발팀의 이수혜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데뷔 햇수로는 5년이 됐지만, 김해림이 출연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데뷔작 ‘매리는 외박중’과 그 다음 작품 ‘학교 2013’ 사이에는 2년이라는 공백기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해림은 비에스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매리는 외박중’이 끝나고 나서 작은 작품은 많이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매리는 외박중’은 장근석과 문근영이 주연을 맡아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시청률 등 성적은 좋지 않았다.
김해림은 “작은 작품은 하지 않으려 한 생각이 진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어떻게 연기하고 싶지’에 대해 정말 깊이 고민했다”며 “결국 난 그저 오래 연기하고 싶은 거더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만약 ‘매리는 외박중’이 잘된 작품이었다면 내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싶다”며 “뭣 모르고 철없이, 재수 없게 컸지 않을까 싶다. 그 작품이 잘 안 된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저에게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학교 2013’이 바로 그런 작품이에요.”
홀로 생각을 정리하는 2년의 시간이 흐르고, 김해림에게 전환점을 가져다준 작품이 바로 ‘학교 2013’이다. 김해림은 “작품 내의 현실적인 내용이 좋았다”며 “그때 실제 고등학생처럼 오전 7시에 등교해 오후 10시에 하교하는 생활을 4개월간 했다. 촬영을 힘들게 했지만 ‘학교 2013’ 작품이 끝나고 나서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해림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처럼 호흡이 길고 생활과 밀착한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드러냈다. 김해림은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며 “나이는 계속 먹게 된다. 30대, 40대, 나이를 먹을수록 그 나잇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생활극을 많이 하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김해림은 그래서 최근 종영한 ‘딱 너같은 딸’이 생활 연기를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해림은 ‘딱 너같은 딸’에 대해 “정말 길게, 오래 찍었다. 이런 적이 처음이었지만 정말 즐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극 중 김해림은 꽤나 되바라지고 얄미운 이수혜 역을 맡았다. 자칫 대본에 그려진대로 펼쳐지는 수동적 인물에 그칠 수 있었지만 김해림은 자신만의 발랄하면서도 톡톡 튀는 연기로 이수혜라는 인물에 입체감을 더했다. ‘딱 너 같은 딸’이 일일드라마이자 긴 호흡을 자랑했기에 초반의 흐름을 잃고 삐끗할 수 있었으나 김해림은 나름 중심축을 잡고 6개월의 긴 마라톤을 끝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캐릭터 하나를 6개월 동안 이어 가는 건 처음”이라며 “미니시리즈와 달라서 적응이 어려웠지만, 한결같이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를 했다. 하지만 너무 한결같아 단조로운 느낌이 나서 나름의 설정을 부여했다. 하지만 곧바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튀더라”고 밝혔다.
이어 “모니터링하면서 이수혜는 처음부터 끝까지 되바라지게 가야하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는 혼란 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로는 더 악랄한 악역이나 사이코패스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림은 “악역이 착한 것보다는 매력 있는 것 같다”며 “착한 주인공들은 부당한 상황에 ‘나는 싫다’ ‘이게 싫고, 부당하고 기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악역은 그런 걸 잘 얘기하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악역들은 욕심이 있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채우려는 도중에 악해지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데 그렇게 악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열의를 드러냈다.
이제 5년, 김해림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다. ‘학교 2013’ 이후 ‘천상 여자’, 그리고 ‘딱 너 같은 딸’까지 차근차근 경험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김해림이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친근한 매력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김해림이라는 이름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제 나잇대에 비해 연기를 잘하는 편이다, 캐릭터도 있고 연기를 괜찮게 하는 친구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한 마디로 인정받고 싶은 거죠.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알아볼 수 있는 김해림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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