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시청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청춘 사극'이라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관통한다.
그래서일까. 조선과 고려라는 시대적 배경은 물론 전개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놀랄만큼 비슷한 몇몇 장면들을 만내고 있다. 두 드라마를 모두 시청하는 팬이라면 흥미로운 지점이다.
■ "내 사람이다" vs "내 것이다", 여심 설레게 만든 고백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박보검)은 우연히 풍등제에서 마주친 홍라온(김유정)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되고 "말도 안되는 소리인 줄 아는데, 왜 자꾸 네게서 다른 여인이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고백하려고 했다.
이 때 김윤성(진영)이 등장했고, 이영에게 홍라온을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이영은 홍라온의 팔을 붙잡으며 "불허한다"고 말했고, 놀라서 쳐다보는 김윤성을 향해 "내 사람이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속내를 내비쳤다.
'달의 연인'에서도 이와 같은 '심쿵' 고백이 그려졌다. 해수(아이유)는 4황자 왕소(이준기)가 떨어뜨린 머리꽃이를 우연히 발견, 돌려주려 했다.
그러나 이를 발견하고 오해한 태조의 딸 황보연화(강한나)는 해수에게 가혹한 매질을 하기 시작했다. 8황자 왕욱(강하늘)이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정작 황보연화의 팔을 붙잡은 건 왕소였다.
그는 "그만해. 내 것이다"라는 말로 해수와 황보연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왕소는 이어 "저 아이가 내 것이라고 했어"라고 해수를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후 "머리꽃이의 주인은 나니까, 저 아이를 어찌할까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나 뿐이야"라고 애써 둘러댔지만, 까칠한 모습만 보이던 그가 순수한 마음을 고백한 순간이었다.
■ 감동과 웃음 선사한 '인형극'

두 드라마 모두 인형극이 등장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감동을 선사했다면, '달의 연인'에서는 희극적인 소재로 보여졌다.
극 초반부터 홍라온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괴롭혀온 내시 마종자(최대철)는 궁녀인 월희(정유민)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궁녀와 내시는 사랑할 수 없는 운명. 월희는 몰래하는 사랑이 못내 서운하다.
그런 마종자를 이해해준 한 명이 홍라온이었다. 홍라온은 그에게 인형극으로라도 월희에 대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해보라며 궁녀와 내시가 모인 자리를 만들었다.
마종자는 여자 인형을 잡고 "이 여인이 내 여인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라고 말했고, 이내 남자 인형을 잡은 채 "그럼 별 수 있냐. 궁녀랑 내시랑"이라며 "가서 잘 살아. 내 옆에 있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냐"라고 모진 말을 꺼냈다.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아챈 월희는 슬픈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 순간 마종자는 남자 인형을 흔들며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며 "진짜, 진짜 많이 좋아한다고. 전하께는 수백 궁녀 중 하나지만, 나에게는 전부라고"라고 소리지르며 울먹였다. 월희는 마종자의 진심에 고개를 돌리며 기쁨의 눈물을 흐렸다.
'달의 연인'에서 인형극은 언니인 해씨 부인(박시은)을 잃고 슬픔에 잠긴 해수를 향한 10황자 왕은(백현)의 위로로 사용됐다.
왕은은 방 안에만 있는 해수의 창문으로 두 손을 내밀어 "여자나 훔쳐본 주제에"라고 여자의 목소리로 말하더니 "이거 놓아라. 무엄하다"라며 자신의 목소리로 인형극을 이어갔다.
과거 왕은은 해수의 시비인 채령(진기주)의 알몸을 훔쳐보며, 해수와 한바탕 싸움을 펼쳤던 상황.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희화화시켜 해수를 위로하려는 왕은의 작은 이벤트였다.
해수는 " 어쩜 인형극 할 생각을 다하셨지. 황자님 짱"이라며 웃어보였다.
■ 로맨틱한 '팔찌 선물'

사실 이영은 예전부터 홍라온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서 "여인을 연모한 적이 있다"고 말해 홍라온을 서운하게 만들었던 이영은 팔찌를 채워주며 "어여쁜 여인에게 딱 어울리는 장신구"라며 "있다 하지 않았느냐. 지금 연모하고 있는 여인. 바로 내 앞에"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여인으로 대할 것이다. 그래도 되겠느냐"고 진심을 전했다.
왕소와 함께 해수를 향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8황자 왕욱은 해수를 불러 "절대 (팔찌를) 빼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해달라"며 팔찌를 건넸다.
왕욱의 나지막한 고백에 해수는 "그 마음 모르지 않으니까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라며 왕욱을 안심시키며 그를 받아들였다.
왕욱은 "기다려다오"라며 해수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그날 밤 해수 또한 "그 사람과 함께라면 잘 살 수 있어"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사진=KBS2, SBS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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