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6-06-01 17:03:55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1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같은 날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영도구 봉래시장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PK(부산·울산·경남) 지방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후보들의 치열했던 선거운동이 2일 자정 막을 내린다. 비상계엄과 탄핵의 여파 속에 치러진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은 이재명 정부의 높은 국정 지지율, 여기에 정부·여당의 무기인 정책 집행 능력을 십분 발휘해 시작부터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반면 보수 야당 후보들은 탄핵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부담에 더해 당 내분이라는 ‘이중고’ 속에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여당 우위’로 흘러가던 PK 선거 판세는 지난달 말 ‘공소 취소 특검’ 논란 등을 계기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면서 ‘접전’ 양상으로 전환됐다. 3일 저녁 투표함이 열리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 모두 가용 전력을 총동원해 PK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PK 선거 환경에 대해 현 여당이 ‘싹쓸이’ 승리를 거뒀던 2018년과 외형적으로 유사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보수 대통령 탄핵 직후 선거이고, 민주당 출신 현 대통령이 PK에서도 50%를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후보들은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를 비롯해 울산·경남 여당 후보들은 선거 초반부터 “정권과 지방정부의 원팀 체제”를 강조하며 ‘정책 집행력’, ‘정치적 효능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 후보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의 ‘드루킹 댓글 조작’ 등 도덕성 문제도 불거졌지만, 맞대응 대신 현 시정의 문제점과 ‘대안’으로서 강점을 부각하는 것으로 프레임을 바꾸려 했다. 여기에 당 조직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까지 ‘선거 개입’ 비판에도 PK를 집중 방문해 지역 발전 의지를 강조하는 등 간접 지원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 PK 후보들은 계엄과 탄핵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이번 선거 시작부터 ‘패널티’를 안고 출발해야 했다. 연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과 마찬가지로 PK 역시 여당 유력 주자들은 시·도지사 현직인 야당 후보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윤 어게인’과 결별하지 못하는 당 지도부, 이에 반발하는 친한동훈계·중도파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들 후보도 정치적 스탠스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통하는 박형준 후보의 경우, 정치 의제에서는 중도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통합’을 내세워 보수 강경파 인사들을 캠프로 영입하는 등 ‘줄타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한 쪽으로 선명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당 후보보다는 지지층이 갈라진 야당 후보들에게 훨씬 어려운 선거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충북 괴산군 자갈자갈 공동체센터 앞에서 민주당 신용한 충북도지사 후보, 이차영 괴산군수 후보 지원 유세 연설을 했다(위). 같은 날 울산시 남구 공업탑로터리에서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울산 후보들과 국회의원, 당 관계자들이 ‘울산시민께 드리는 쇄신과 각오, 약속의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매치’로 불리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PK 지방선거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무소속 ‘메기’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하정우 전 청와대 AI 수석의 출마는 PK를 넘어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북갑 선거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오히려 PK 시·도지사들의 메시지가 묻히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 전 대표의 존재는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 더 어렵게 관리해야 하는 변수였다.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적대시하지만, PK에서 존재감이 커진 한 전 대표와 연대하느냐, 거리를 두느냐의 문제는 이 지역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난제로 여겨졌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하 후보가 한 전 대표에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 전 대표가 양측의 집중 견제를 뚫고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부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반까지 여당 우위로 전개됐던 PK 선거는 막판 보수층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또 한번 예측불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 선거에서 PK 지역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이른바 ‘샤이 보수’들이 투표 막판 결집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PK 국민의힘에서 “여론조사 5% 열세는 투표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반영한 듯 국민의힘 후보들은 ‘낙동강 전선 사수’를 강조하며 보수의 최후 보루로서 PK 선거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9~30일 PK 사전투표율은 이 지역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확인시켰다.
반면 여권에서는 보수 결집 강도가 2년 전 총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년 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지지층은 민주당의 개헌저지선 확보 여부를 둘러싼 위기감 속에서 강하게 결집했다. “개헌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보수층 결집의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방권력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의 특성상 국가 권력 구조 변화와 직접 연결고리가 약한 데다, 1일 발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 중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보수 결집 강도가 2024년 총선 때처럼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선거 결과도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