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6-06-14 09:00:00
은둔하는 청년들/강지윤·양민희
일반적으로 고립 청년, 은둔 청년이라 말하면, ‘일하지 않으며 홀로 방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청년’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혼자서 자기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성인’ 등을 떠올린다. 그런 청년이 현재 대한민국에 54만 명 존재한다. 그마저도, 2024년 확인한 숫자이니, 급격하게 개인화되는 세태를 고려하면, 현재는 훨씬 숫자가 증가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립 청년은 그런 사람들일까. <노컷뉴스> 두 명의 탐사보도기자가 추적한 고립 청년의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사연도, 삶의 형태도 단순하지 않았다. 명문대를 나와 번듯한 대기업 명함을 쥔 이부터 한 번도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해보지 못한 이, 가족과 사는 이부터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방에 자신을 방치한 이, 이제 막 20대 문턱을 넘은 이부터 중년에 가까워진 이까지 넓고 깊게 번져 있었다.
고립과 은둔은 특수한 시기의 특수한 개인의 낙오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거대한 경향이자 재난이 되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합하는 무한경쟁 사회,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가혹한 대한민국을 살아내느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법을 익히지 못했거나 방법을 알고 있어도 거기에 쓸 에너지와 노력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 책은 문 뒤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고립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고, 한국 사회가 이런 청년을 만들었다고 밝히는 날카로운 탐사 기록이다.
저자들은 “고립·은둔청년들을 만나며 기자로서 살아가는 자신들이 ‘운이 좋았음’을 느끼고 서늘해졌다”며 “학교와 가정에서 폭력을 당해서,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취업 기간이 길어져서, 일자리를 잃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서 등 생의 모든 순간에 청년은 은둔으로 내몰릴 위험을 겪고 있었다. 청년들은 언제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낭떠러지 위 징검다리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로 은둔청년들의 고독사 현장을 많이 수습한 김새별 대표. 김 대표는 이들의 죽음 현장은 항상 분명한 이유가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경제적 빈곤과 마음의 상처였다. 청년들은 루저 혹은 패배자라고 느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였고, 수십 장의 이력서와 미리린 월세와 생활비, 자신을 탓하는 일기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가 가득했다.
노인의 경우에는 노인종합지원센터, 노인복지관 등 지역사회 내 지원 체계가 존재하지만, 정작 청년을 위한 치료와 긴급 복지자원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저자가 만난 청년들 역시 좌을 겪었을 때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했고, 심지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무한경쟁 한국사회는 청년들의 좌절을 노력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약한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할 거 없으면 배송업체 상하차라도 뛰어라”라는 조롱 섞인 말이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승리한 사람도 불안하다. 남들이 선망하는 기업에 취직한 이들도 직장 내 괴롭힘, 혹은 부조리를 겪거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돌이킬 수 없이 다쳐도 그만두지 못한다. 버티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버티지 못한 이들은 결국 혼자만의 세계로 숨는다.
저자들이 만난 은둔청년들은 ‘게으르고 무기력하다’는 편견과 달리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실제로 학업과 구직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좀 더 노력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은둔청년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미진하고, 그보다 청년들을 은둔으로 빠뜨리는 사회의 부조리가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 뿐이다.
은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장 고쳐야 할 것은 청년이 아니라 사회다. 학교, 대학 입시, 취업, 직장에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며 실패에 대한 조롱 대신 타인의 안녕이 나의 안녕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는 능력주의 대신 상호 돌봄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강지윤·양민희 지음/은행나무/300쪽/1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