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0세가 된 노장 켄 로치 감독이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수상에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9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얼 블레이크'가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평생 목수 일을 하다 건강 악화로 일을 못하게 된 다니엘 블레이크가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영국의 복지제도의 허상을 꼬집고 있다. 노동자 계층과 서민들의 삶을 주로 다뤘던 그의 작품 세계가 이번에도 여전했다는 평이다.
이로써 켄 로치 감독은 2006년 제59회 칸 영화제에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 수상의 영광을 만끽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칸 영화제를 13번이나 찾을 정도로 칸의 단골로도 유명하다. 또 다르덴 형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미하엘 하네케, 이마무라 쇼헤이, 에미르 쿠스투리차 등에 이어 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 '칸의 총아'로 불리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이 차지했다. 27세의 젊은 감독인 돌란은 지난 2014년 '마미'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남우주연상은 이란 출신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세일즈맨' 주연을 맡은 샤하브 호세이니가 영광을 안았다. 특히 '세일즈맨'은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여우주연상은 필리핀 출신의 브릴란테 멘 도자 감독의 '마 로사'에서 열연한 자클린 호세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영국 출신의 여성 감독 안드레아 아널드의 '아메리칸 허니', 감독상은 '퍼스널 쇼퍼'의 올리비에 아사야스와 '바칼로레아'의 크리스티안 문쥬가 공동 수상했다.
한국영화로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아쉽게도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드보이' '박쥐' 등 앞선 두 번의 경쟁 진출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이번에는 무위에 그쳤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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