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호영·레이예스 “경기 분위기 반전엔 홈런이 최고… 팀 거포 계보 잇겠다”

롯데 자이언츠 대만 전지훈련
손호영·레이예스의 장타 본능

손, 지난 시즌 18개로 팀 홈런왕
올해 20개 이상 담장 넘길 각오
“강하고 정확하게 치면 좋은 결과”
레이예스, 정교함에 파워도 겸비
사직 ‘성담장’ 사라져 호재로 작용
“어떤 타순에 나가도 자신 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2025-02-05 17:41:17

올 시즌 팀 내에서 거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빅터 레이예스(왼쪽)와 손호영.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올 시즌 팀 내에서 거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빅터 레이예스(왼쪽)와 손호영.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넘어 간다~ 어! 또 넘어 간다. 도대체 몇 개째야.”

4일(한국 시간) 오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가 열린 대만 타이난시의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장. 야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선수들이나 코치진의 탄성이 연신 터진다. 등번호 33인 선수의 호쾌한 스윙이 있을 때마다 공은 100m가 넘는 담장을 훌쩍 넘어가고, 120m 위치에 있는 전광판을 맞히는 공도 부지기수다. 장타력의 소유자는 손호영(31)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7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다. 팀 타율은 0.285로 10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고, 장타율(0.430) 2위, OPS(출루율+장타율 0.782) 2위, 득점권 타율(0.290) 3위로 상당수 타격 지표가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팀 홈런은 125개로 8위에 머물렀다. 홈런을 가장 많이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185개) 보다 60개나 적었다.

지난해 롯데에선 손호영이 18개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고, 전준우가 17개, KBO리그 한 시즌 최대 안타 기록(201개)을 새롭게 쓴 빅터 레이예스가 15개로 뒤를 이었다. 롯데는 2020년 전준우가 기록한 26개의 홈런 이후 20개 이상 홈런을 때린 선수가 없다.

한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릴 선수로 손호영이 가장 근접해 있다. 그는 지난해 꿈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3월 말 내야진 보강이 시급했던 롯데는 투수 유망주 우강훈을 LG 트윈스로 보내고 손호영을 데려왔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손호영은 1994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다 2020년 LG에서 KBO리그 생활을 시작한 이후 2023 시즌까지 1군에서의 통산 안타는 40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의 한 수였다. 손호영은 롯데로 오자마자 102경기 타율 0.317(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OPS 0.892로 맹활약했다. 부상으로 두 달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세 자릿수 안타에 팀 내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며 팀 내 최고 거포로 떠올랐다. 롯데 김태형 감독도 시즌 동안 손호영의 선전에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전지훈련 중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이 4일 대만 타이난의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센터에서 피칭 연습을 하고 있다.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전지훈련 중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이 4일 대만 타이난의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센터에서 피칭 연습을 하고 있다.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손호영은 “지난해는 야구 인생에서 1군에서 가장 오래 뛰었던 시즌이다. 부상이 아쉽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면서 “롯데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 주전이라고 생각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호영은 올 시즌 목표 앞에 겸손했다. 그는 “올해 홈런 20개를 채우고 싶지만, 홈런을 의식하고 타석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야구라는 게 홈런도 필요하지만 안타나 진루타가 필요할 때가 있는 만큼 타석에서 ‘강하고 정확하게’만 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롯데 거포의 맥을 이을 또다른 선수는 바로 빅터 레이예스다. 일단 말이 필요치 않는 선수다. 레이예스는 KBO리그 첫 해에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타율 0.352, 15홈런, 111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201개)을 세우며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롯데는 팀의 자존심을 살린 레이예스를 붙잡기 위해 적극적이었고, 레이예스도 총액 125만 달러에 흔쾌히 롯데에 남았다.

레이예스가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고 장타력이 없다고 보면 오산이다. 그는 간결한 스윙을 바탕으로 한 컨택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신장 196cm, 몸무게 90kg에서 나오는 파괴력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레이예스는 2022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트리플A에서 홈런 20개를 때려내는 장타력의 소유자다.

이 때문에 올 시즌 롯데 4번 타자로 벌써부터 레이예스가 점쳐진다. 김태형 감독은 “아직 결정하기는 이르지만 레이예스가 4번을 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이예스는 ‘롯데 4번 타자’에 대해 무덤덤했다. 그는 “몇번 타자를 하던 상관없다. 감독님이 4번이라고 하시면 4번을 칠 것이고, 9번을 하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어느 타석에 들어가서도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몸과 마음가짐을 강하게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리그 첫 해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며 누구보다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낸 레이예스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팀 성적이었다. 레이예스는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그 응원에 보답을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죄송스럽다”면서 “올해는 더 잘 준비할 테니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고, 가을야구를 목표로 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손호영과 레이예스는 “홈런 한 방이면 경기의 흐림을 바꿀 뿐 아니라 승패도 좌우할 수 있다”며 “팀 거포 계보를 잇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두 선수에게 거포 본능을 기대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올 시즌부터 성처럼 높았던 사직의 ‘성담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담장 높이가 6m에서 4.8m로 낮아졌다. 레이예스에게는 분명 호재다. 레이예스가 기록한 15개의 홈런 중 사직구장에서 때린 홈런은 4개밖에 되지 않는다. 홈 구장 홈런 숫자가 늘어난다면 올 시즌 20개 이상도 가능하다.

손호영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손호영은 “목표를 의식하고 욕심을 내면 부담 때문에 좋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면서 “평소 하던 대로 똑같이 공을 정확하게 보고 강하게 칠 것이다. 담장이 낮아진 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타이난=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