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5-06-22 18:33:25
지난 21일 오전 1시 39분께 해운대구 좌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부산 지역 예술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례없는 동급생 3명의 극단적 선택 사건에 대해 사망 원인과 학생들이 놓였던 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2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시 40분께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10대 학생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학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아파트 옥상에서는 학생들의 가방과 휴대전화가 발견됐고 소지품에서는 자필 유서가 나왔다. 또 한 학생의 휴대전화에는 가족에게 남긴 약 1분가량의 짧은 영상도 담겨 있었다. 유서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 대학 입시와 관련된 고민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학생들은 사고 전날 오후 11시 40분께 해당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올라 옥상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이 아파트는 3명의 거주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가족들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고, 한 학생의 엄마가 다른 두 학생의 엄마에게 연락해 상황을 공유한 뒤 경찰에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숨진 학생들과 같은 전공 학생, 학부모들은 3명의 죽음에 학교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 신학기 들어 이 학교에서 14명의 전공 강사 중 11명이 교체됐고 숨진 학생들의 전공 전임 강사도 교체됐다. 이후 3명의 학생들과 전공 강사는 자습 문제, 수업 태도 문제 등으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어왔다고 학생,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숨진 학생들과 같은 전공의 한 학생은 “사건 당일 수업 시간에도 전공 강사가 학생의 실습이 시작된 지 20~30초 만에 음악을 멈추고 숨진 친구 중 한 명에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고 증언했다.
이 학교는 10년 넘게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되며 행정이 부실했던 점이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학교의 재단은 실제로는 설립자 측과 이후 운영을 맡은 신규 재단 간의 갈등이 장기화돼 왔다. 일부 학부모들은 한 학교 인사가 교장의 인사권을 무시하고 학교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며 교육청과 학교에 교사 채용 개선, 학교 운영 개선을 요구하는 투서를 넣기도 했다. 또한 숨진 학생들의 전임 강사를 두고는 “특정 학생에게 공공연하게 핀잔과 면박을 줬다”는 등의 의혹이 학생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일부 학부모는 지난 4일 해당 강사가 학교 수업과는 별개로 개인 레슨을 하던 학생에게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변사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학생들의 죽음과 학교·재단 운영 문제 등 전반에 대한 관련 의혹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또한 사건 당일 이들의 동선도 현재 추적 중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사건 당일인 지난 21일 오전 김석준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인성체육급식과장과 중등교육과장을 중심으로 대응반을 꾸리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대응반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시교육청은 유족 지원을 위해 학생들의 빈소 3곳에 각각 장학관 1명을 파견했다. 3명의 학생이 다니던 학교도 사건 당일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수습 방안을 마련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도 즉시 착수할 계획이며, 최근 3년간 제기된 민원과 운영 이력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