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벚꽃은 져도 ‘전시’가 사람을 부른다

■오아르미술관
‘달항아리 작가’ 최영욱 개인전
20여 년간 변화상 함께 보여줘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
피에스 센터 협업 ‘센스케이프’
이건희 권지영 이소요 등 참여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6-04-15 14:07:22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한 최영욱 작가.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한 최영욱 작가.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에서 만난 이건희 작가와 한지로 작업한 그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에서 만난 이건희 작가와 한지로 작업한 그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봄이면 경주는 벚꽃 천지이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한풀 꺾인 벚꽃 소식에도 경주를 찾을 이유는 또 있다.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부산 해운대를 출발해서 1시간 남짓이면 닿는 곳이어서 부산 관람객의 방문도 끊이지 않는 곳이다.

‘왕릉 뷰’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오아르미술관(경주시 금성로 260-6)이 4월 1일 개관 1주년을 맞아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 경주시 국당2길 2)는 서울 피에스 센터(PS CENTER)와 협업한 기획전 ‘센스케이프’(Sensescape)를 마련했다. ‘센스케이프’ 전시는 부산의 이건희 작가를 비롯해 이소요, 권지영 작가 등이 함께한다.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창밖에 왕릉이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창밖에 왕릉이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왕릉 뷰’에서 만나는 최영욱의 ‘쉼표’

홍익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1964년생 최영욱 작가는 “저를 달항아리만 그리는 작가로 알려졌는데 다른 것도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뗐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평생을 관통해 온 핵심 주제 ‘카르마’(Karma, 업)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그의 작업 세계가 발전해 온 과정을 조망할 수 있도록 꾸몄다. 즉 달항아리뿐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상도 함께 보여준다. 작품은 2026년 신작을 포함해 70여 점을 공개한다. 그룹전과 달리, 미술관에서 여는 개인전은 처음이라고 했다.

“20여 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보잘것없었어요. 거기서 우연히 만난 달항아리가 제 신세랑 너무 비슷한 겁니다. 문득,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도 좀 알려진 화가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러면서 소박하지만, 당당하면서도 세련된 저 달항아리처럼 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뒤 본격적으로 그리게 됐죠.”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오아르미술관 제공

특유의 ‘왕릉 뷰’ 덕분일까. 2층 전시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서 맞닥뜨린 공간은 마치 수행의 장소 같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왕릉, 즉 왕의 무덤이 죽음의 공간이라면,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으로 가득 찬 전시장은 일상을 내려놓고 쉼을 가지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전시는 ‘탐색-발견-내면화-확장’의 네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흔적을 찾는 초기의 ‘탐구’에서 출발해 달항아리의 ‘발견’, 오랜 수행을 통해 축적된 ‘내면’적 세계를 거쳐, 다시 사회와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하나의 사유 흐름을 이룬다. 최영욱의 작업이 원래부터 달항아리에서 출발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풍경화 작업이었다. 200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달항아리를 조우하고 2006년 전업 작가로 전환한 시기에 달항아리 연작을 시작한다. 2014년 이후에는 화면을 덜어내며 빛과 그림자를 지운 평면의 세계로 나아갔다. 미술관 지하 공간에 설치된 회화는 최영욱 작업의 또 다른 전환을 보여준다. 흑과 백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중에서 '흑과 백' 시리즈.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 전경 중에서 '흑과 백' 시리즈. 김은영 기자 key66@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장에서 선보인 작가가 실제 사용한 색연필들. 김은영 기자 key66@ 최영욱 작가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 전시장에서 선보인 작가가 실제 사용한 색연필들. 김은영 기자 key66@

작가는 달항아리를 그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여러 번 선 형태를 잡다가 마음에 드는 선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웁니다. 그다음에 돌가루와 젯소, 안료 등 몇 개를 혼합해서 80~100회 정도 붓질을 올립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두께가 만들어지는데 레이어가 쌓이는 겁니다. 제 그림은 사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묘사하려는 건 아닙니다. 평면이지만 입체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에서도 몇 작품을 보여주는데 요즘은 항아리의 외곽 형태를 줄이거나 없애고 더 크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추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m 30㎝짜리 큰 작업도 해 봤습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매주 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8000원, 소인과 경로우대자는 5000원. 문의 054-705-5501.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센스케이프’(Sensescape) 참여 작가들. 왼쪽부터 이건희, 권지영, 이소요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PLACE C)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센스케이프’(Sensescape) 참여 작가들. 왼쪽부터 이건희, 권지영, 이소요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에서 열리고 있는 ‘센스케이프’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에서 열리고 있는 ‘센스케이프’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풍경을 감각으로 읽는 ‘센스케이프’

플레이스씨에서 열고 있는 ‘센스케이프’는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 온 ‘풍경’을 감각의 차원에서 다시 바라보도록 제안한다. 플레이스씨 최유진 대표는 “전시 제목 ‘센스케이프’는 ​풍경(Scape)이 개인의 감각(Sense)을 통해 대상화되는 감각의 역치를 의미한다”면서 “관람객은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감각으로 풍경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는 △권지영 △이건희 △이소요 △음악가 시율이다.

둥근 도자 오브제와 그 위로 이어지는 실의 구조를 선보인 권지영 작가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둥근 도자 오브제와 그 위로 이어지는 실의 구조를 선보인 권지영 작가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둥근 도자 오브제와 그 위로 이어지는 실의 구조를 선보인 권지영 작가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둥근 도자 오브제와 그 위로 이어지는 실의 구조를 선보인 권지영 작가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네 명 중 가장 젊은 1994년생 권지영 작가는 흙이라는 물성을 통해 일상에서 포착한 감각과 기억의 파편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한다. 물레 대신 전부 손으로 작업한다는 권 작가의 둥근 도자 오브제와 그 위로 이어지는 실의 구조는 햇빛이 부서지는 순간이나 석양의 감정처럼 내면에 남은 풍경의 기억을 입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건희(왼쪽) 작가와 한지로 작업한 그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이건희(왼쪽) 작가와 한지로 작업한 그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유일한 부산 작가인 이건희는 한지의 물성과 질감을 활용해 자연의 풍경을 추상적인 화면으로 치환한다. 직접 제작한 수제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하며, 찢고 겹치고 쌓아올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화면 위에서 하나의 조형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신문지 조각, 안료, 아크릴 물감 등을 더하며 표면에 시간성과 밀도를 부여하고, 종이의 결과 두께, 투명도가 빚어내는 조형적 변화를 시각화한다.

이소요 작가와 그의 작품 '가파도 레이크, 섬갯쑥부쟁이'(2024). 가파도에서 직접 얻어낸 레이크안료와 식물펄프로 만들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소요 작가와 그의 작품 '가파도 레이크, 섬갯쑥부쟁이'(2024). 가파도에서 직접 얻어낸 레이크안료와 식물펄프로 만들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연구 기반 작업을 이어 오는 이소요 작가가 가파도에서 레이크안료 식물펄프를 얻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연구 기반 작업을 이어 오는 이소요 작가가 가파도에서 레이크안료 식물펄프를 얻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이소요는 인간과 동식물, 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의 관계와 생태적 내러티브(narrative)를 탐구하는 연구 기반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파도의 식물 생태를 기록한 ‘가파도 레이크’ 연작을 선보이며, 지역의 생물상 중 생태, 문화, 혹은 민속 내러티브를 가지는 소재를 발견해 서술한다. 또한 현지 식물에서 추출한 안료와 펄프를 활용해 섬의 생태적 풍경을 시각화한다.

영국과 한국에서 음악을 쓰고 피리를 연주하며 공연을 만드는 음악가 시율은 풍경을 소리로 풀어낸다. 제주 4·3의 역사와 해녀의 숨비소리, 섬의 기억을 피리와 바이올린의 선율로 구성한 작업은 풍경을 ‘듣는 경험’으로 확장하며 전시 공간에 청각적 풍경을 더한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연중무휴). 입장료 일반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054-77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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