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요리] 예고된 미래, 우주 AI 데이터센터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2026-02-14 09:00:00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우리 정부도 ‘AI 3강’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인공지능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AI 산업의 핵심은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지를 마련해 메모리 반도체를 집적한 센터를 짓는 것은 물론 엄청난 전력과 냉각을 위한 물 등도 필요하다.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데이터센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지구를 위한 기후 위기 극복 노력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엔 지구가 아닌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구에 건립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직면한 전력과 상수원 과다 사용에 따른 환경 훼손 문제, 센터 건립 예정지의 사회적 반발 등을 상쇄할 대안으로 우주 데이터센터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 데이터센터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가능하다면 언제쯤 상용화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 일론 머스크와 인공위성 100만 개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화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지구 궤도에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면서 최대 100만 기의 인공위성 발사를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 위성들은 고도 500~2000km에 위치하며, 레이저 링크로 서로 통신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태양광으로 구동된다. 물이 아니라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복사 냉각 방식으로 열을 방출하게 된다. 지구 표면에 짓는 데이터센터와 달리 별도의 수자원과 전력이 들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주장이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주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선택"이라며 "이는 2년, 길어도 3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며 우주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인류 첫 시험 가동 성공

지난해 11월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가 인류 최초의 우주 데이터센터를 지구 상공 325km 저궤도에 쏘아올렸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10일 이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이 학습을 완료하고, 지구에서 보낸 질문에 응답을 보냈다. 인류 최초의 우주 데이터센터가 시험 가동에 성공한 것이다. 이 위성 데이터센터는 크기는 60kg으로 소형이지만, 기존 우주 기반 컴퓨팅 시설보다 100배 이상의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스타클라우드 CEO 필립 존스턴은 “지구상의 데이터센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앞으로는 우주에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AI 시대엔 우주 공간이 새로운 미래 터전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빅테크 기업들의 우주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우주 데이터센터와 관련, 2030년대 초반 실증 단계를 거쳐, 2030년대 중반 이후 본격 상용화를 통한 확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규모는 2025년 약 5억 달러에서 2030년 150~200억 달러, 2035년 이후 75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페이스X의 홍보 동영상에 등장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부산일보DB 스페이스X의 홍보 동영상에 등장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부산일보DB

■ 우주 데이터센터 상용화를 위한 과제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주는 온도가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 진공 상태다. 우주 공간 자체가 거대한 냉각 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버에서 발생한 열은 거대한 방열판을 통해 우주로 사라진다. 우주에서는 24시간 내내 태양광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춘 우주 데이터센터는 자체적으로 태양광으로 전력을 만들고 소비한다. 즉, 데이터센터 냉각과 구동을 위해 지상에서 필요했던 엄청난 양의 물과 전력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데이터센터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상에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와 비용 경쟁이 가능한가 여부다. 우선 위성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지구 표면에서 300~600km 상공에 위치한 저궤도에 장비를 쏘아 올리는 비용은 1kg당 약 2000 달러 수준이다. 100톤 규모의 데이터센터 모듈을 발사하려면 대략 2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비용은 최근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회수와 발사 기술 발전 덕분에 급감하는 추세다.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이 상용화되면 1kg 당 10~20 달러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빅테크 연구팀들은 2030년대 중반경 로켓 발사 비용이 1kg당 200 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데이터센터와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주 방사선 문제도 중요한 해결 과제다. 지구 대기권 밖에 자리한 데이터센터들은 태양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에 노출되어 있다. 반도체 메모리 오류를 일으키거나 회로 영구 손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주기적인 수리와 보수 시스템도 필요하다. 방사선 내성 반도체를 활용하면 되지만 일반 반도체에 비해 성능이 낮고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통신 지연 문제도 걸림돌이다. 지구 저궤도 우주 상공에서 지상과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속도 지연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레이저 기반 우주 통신 기술의 발전 속도에 따라 이런 단점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우주 쓰레기 증가로 인한 위성의 연쇄 충돌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78년 NASA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주창한 케슬러 신드롬 이론이다. 특정 궤도의 물체 밀도가 임계치를 넘으면 단 한 번의 충돌로 발생한 파편이 다른 위성에 연쇄적으로 부딪히는 '연쇄 충돌'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인공위성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위성 충돌로 기술적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만약 위성에 탑재된 자율 충돌 회피 시스템으로도 막을 수 없는 연쇄 충돌 사태가 발생하면 우주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GPS 등 다양한 위성 서비스들도 잇따라 마비돼 재앙 국면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하지만 우주는 상상 이상으로 광활하기 때문에 우주 데이터센터의 확장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의 실험실 모듈 '원톈'을 탑재한 창정5 야오-3호 로켓이 2022년 7월 24일 하이난성 원창 우주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의 실험실 모듈 '원톈'을 탑재한 창정5 야오-3호 로켓이 2022년 7월 24일 하이난성 원창 우주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 AI 강국은 우주산업 강국

현재 지구촌의 동향을 보면 우주 데이터센터 상용화는 이미 예고된 미래로 받아들여진다. 즉, 미래 AI 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해 현재 빅테크기업은 물론 각 국가들이 치열한 우주개발 전쟁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주로 미국 빅테크 기업과 중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 등은 그 뒤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 가운데 선두 주자가 스페이스X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스페이스X에 이어 아마존도 우주 데이터센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함께 블루오리진이라는 발사체 기업을 보유해 우주 데이터센터 분야의 미래 강자로 여겨진다. 구글도 2025년 11월 선캐처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은 다수의 소형 위성을 반경 1km 내 군집 배치해 거대한 데이터센터처럼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국가 차원에서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을 속도감있게 진행 중이다. 2025년 5월 ‘삼체 군집컴퓨팅’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따라 12개의 시험 위성을 발사했다. 2035년까지 소형 위성 2800개를 우주에 띄워 거대한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U는 ASCEND(유럽 탄소중립과 데이터 주권을 위한 첨단 우주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대 우주 데이터센터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최대 통신기업인 NTT 주도로 스페이스컴퍼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AI 패권 경쟁은 이제 우주 인프라 선점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우주산업 경쟁에서 밀리면 AI 강국 진입이 불가능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각 국가와 기업들의 노력은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AI 대전환, 즉, 인프라 구축부터 기술 확보, 산업 전환, 인재 양성,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교육 확대 등 모든 영역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은 미래 AI 강국 도약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층 독보적인 발사체 기술 확보 등 우리 독자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저력을 서둘러 갖추려는 부단한 노력들도 이어져야 한다. AI 산업은 인프라 산업이다. 우리가 광활한 우주까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때 AI 강국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는 무게 516㎏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부탑재위성 12기 등 총 13기 위성이 실렸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는 무게 516㎏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부탑재위성 12기 등 총 13기 위성이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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