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40대 탈북자가 빌딩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18일 인천 연수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 35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빌딩 2층에서 실내 유리창을 닦던 김모(48)씨가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숨진 김씨는 북한의 함경북도 청진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다. 김씨는 간질환과 고혈압 등에 시달리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탈북해 2006년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선 상류층이었지만 국내에선 그가 소지한 의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아내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했고 2010년 인천의 한 용역업체에 취직해 건물 주차 관리와 청소 등을 해왔다.
김씨는 길이 3m의 막대 걸레로 2층 내부 유리창을 닦던 중 에스컬레이터와 유리창 사이에 난 13m 높이의 빈 공간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김씨는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김씨 동료에 따르면 업체의 안전교육이 형식적이었다고 한다. 경찰도 업체 책임자를 대상으로 안전 관리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A씨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유리창을 닦던 다른 작업자들도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았다"며 "회사측 과실이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시신을 인근 장례식장에 안치한 유족들은 회사 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이동훈 기자 l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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