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이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열린 3차 촛불집회를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100만명이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면서 "박 대통령이 임기 중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에서 부패 스캔들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민주주의에서 벗어났다고 느끼게 해 많은 이의 분노를 샀다고 진단했다.
CNN 역시 “박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사과했지만 배신감을 느끼는 한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날 집회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교복을 입은 학생도 참가했다”고 전했다.
CNN은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단지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며 "300명 이상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포함, 지난 수년간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좌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NYT도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국정 교과서, 위안부 협상 등 이번 파문 이외 다른 문제점도 함께 지적한 점을 함께 보도했다. 이번 집회를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들에 빗댔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집회가 "박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열렸다"면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이들의 소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을 꾸준히 보도해 온 일본 언론도 촛불집회를 상세하게 전했다.
12일 밤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톱 뉴스로 다룬 NHK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인 26만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요미우리신문은 1면에 실은 관련 기사에서 집회 주최 측이 참가자 수를 100만명으로 발표했다고 전한 뒤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예정돼 있어 국민의 분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3면에 '퇴진을 분노하는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커플, 학생,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었으며 참가자들은 촛불과 플래카드를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별도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역풍이 일고 있다"며 "지난 10일 대구 번화가에서 박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고 소개했다.
남유정 인턴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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