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은 사라졌고, 분노만 커졌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하메스 로드리게스(25, 레알 마드리드)가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하메스는 16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12차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며 0-3 완패의 장본인이 됐다.
경기 후 콜롬비아 언론들은 일제히 하메스를 비판했다. 일간지 '엘 에스펙타도르'는 "하메스는 이날도 전혀 한 게 없다. 플레이가 부정확했고, 뭔가 쫓기는 느낌이었으며 성질만 부렸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전반 28분 아르헨티나 수비수 메르카도와 충돌한 후 격하게 반응하며 경고를 받은 점도 지적했다.
'디아리오 보고타'는 "하메스에게 2016년은 잃어버린 1년"이라며 "2014년 월드컵 때의 마법같은 플레이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엘 티엠포'는 "콜롬비아의 '10번'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서 "마법은 사라졌고, 그라운드에서 성질만 부린다"고 보도했다.
언론들로부터 사흘 전 칠레와의 예선(0-0) 때와 똑같은 지적을 받은 셈이다.
한때 '콜롬비아의 메시'로 불리던 하메스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조급함 때문이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출전 기회가 확 줄어들어든 이후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보니 경기는 경기대로 망치고 상대 선수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계속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메스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5경기(선발 2회, 교체 3회)에 출전해 1골-2도움에 그쳤다. 지난 시즌 그는 로테이션 멤버로 28경기(선발 17회, 교체 9회)에 나서 7골-8도움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에도 출전 시간에 대해 불만이 있었는데 올 시즌엔 더욱 줄어들었다. 레알에서 설 땅이 거의 없어진 것.
때문에 내년 겨울 이적시장 때 하메스가 레알을 떠날 것이라는 건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구상에서도 빠져 있는 데다 하메스 본인도 강력히 이적을 원하기에 조건 맞는 팀이 나오면 옮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려면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그 사이에 하메스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새 팀으로 옮긴 다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단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교체 출전을 하면서 기회를 노려야한다. 코파 델 레이에서는 선발 출전 기회가 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전 기회를 늘려 자신감을 되찾고 마음을 편하게 먹는다면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다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메스가 본인의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인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장민 스포츠칼럼니스트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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