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파문이 세간에 드러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동안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 중 많은 것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또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골자로 한 '새만금특별법' 추진에도 최순실의 손길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 22일 전라북도 지역의 한 방송사는 국민의당 김관영(전북 군산) 의원이 추진하는 새만금 카지노 설립에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수석의 입김이 닿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송사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발의가 새만금개발청이나 전북도와 상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증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뒤 각각 성명을 통해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시민연대회의는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하려 한 김 의원 뒤에는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 일가가 있었다"며 "만일 최순실 일가가 법까지 바꿔가며 새만금 카지노 유치를 진행했다면 입법부까지 검은 손을 뻗친 것으로 국정은 물론 국회까지 농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김관영 의원은 새만금 카지노 유치 추진 경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청와대가 개입했다면 배후세력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거들었다. 이들은 24일 "매출이 수조원에 달해 막대한 이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국인 카지노가 최순실 일가 부정축재를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의당은 법안이 발의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논의가 있었는지 부적절한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는지 등 제반사항을 파악해서 공개한 뒤, 법안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명백한 오보'로 사실을 왜곡하고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방송사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은 3년 전부터 준비했다"며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청와대 지원이 필요해 안 전 수석을 수차례 만나 새만금복합리조트의 필요성을 설득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안종범 수석이 최순실과 관련있는 인물인지도 몰랐다"며 "법안 추진과정은 최순실과 하등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카지노에 최 씨가 관련됐다는 의혹은 아직까지는 의심에 불과하며, 반드시 밝혀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새만금 카지노 건설은 여전히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강원도의 여·야 국회의원 전체가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설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상정 전체회의에서 새만금 카지노 반대 성명운동을 펼쳤다. 여기에는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 8인(황영철, 권성동, 김기선, 김진태, 염동열, 이철규, 이양수, 송기헌 의원)이 뜻을 모았다.
협의회는 "새만금 카지노 건설에 대해 정부의 기존 정책과 상충하고 사회적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며, 도박중독에 대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현실에서 새로운 내국인 카지노를 허가한다는 것은 관련 지자체간 갈등을 유발하고 전국을 카지노 천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박중독 자체도 문제지만 이에 따른 2차적 폐해는 카지노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전국에는 모두 17개의 카지노가 있는데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설립이 이뤄진다면 사양 산업 지역의 주민들도 앞다퉈 카지노를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카지노 공화국’이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별, 산업별로 이해가 충돌한다면 국가적인 갈등도 커질 수 있다. 때문에 기존의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카지노업계 조차 새만금 카지노를 반대하고 있다.
또 협의회는 외국자본에 의한 내국인 카지노 투자유치로 인한 국부유출도 지적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의 복합리조트 건립 후보지로 새만금이 떠오르고 있다. 복합리조트지만 핵심은 카지노다. 국내 시장을 노린 외국 자본이라면 국부유출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고용창출이나 경제 활성화 등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정부의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도 언급했다. 강원랜드는 애초에 정선 지역이 폐광으로 지역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놓이자 정부 차원에서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일종의 정책이다.
때문에 협의회는 "새만금 카지노 설립 시 강원랜드의 매출 감소 및 수익금 배분 감소 등의 악순환으로 폐광지역의 쇠퇴가 가속화 될 것"이라며 "내국인 카지노는 정부의 폐특법에 따라 2025년까지 강원랜드에 유일하게 허용됐다. 별도로 추진하는 것은 위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로 전북도와 강원도의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들 새만금 카지노를 반대하고 있다. 애초에 새만금은 24조원이란 막대한 국가 재원이 투입된 농지공급사업이다. 식량 안보는 세계적 차원의 위협이 되고 있다. 때문에 새만금을 처음의 계획대로 농지로 만드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새만금 카지노를 추진하는 이해집단은 당장의 이익을 좇기보다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새만금 카지노에 최순실의 손길이 닿았다는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으로 모든 제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박홍규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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