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 리아킴 '부녀 가수'의 소신 있는 목소리(종합)

입력 : 2017-07-13 16: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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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김종환과 그의 딸 리아킴이 기나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젊은 층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두 사람이 다양한 연령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종환과 리아킴은 13일 강남구 신사동 M콘서트홀에서 신곡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컴백 활동의 신호탄을 쐈다.
 
김종환은 '존재의 이유', '사랑을 위하여' 등의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다. 리아킴은 2012년 '위대한 약속'으로 데뷔했다. 그는 당시  '김종환의 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밝혀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쇼케이스 현장에서 긴장감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서로에게 의지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종환은 딸이 리아킴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본인만의 음악 생활도 있고, 열심히 활동하면서 가창력을 인정받아왔는데 처음부터 내가 아버지임을 밝히는 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디"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방송국에서 같이 만나는 일이 있어도 선, 후배 사이로 깍듯이 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느 순간 사람들로부터 '분명히 무언가를 감추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우리가 애인 사이가 아니냐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와서 리아킴이 기분 나빴을 것"이라고 웃었다.
 
리아킴은 데뷔 곡 '위대한 약속'을 만든 가수 선배이자 아버지 김종환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위대한 약속' 노래를 듣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며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가사라서 그런 것 같았고,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불렀다"고 떠올렸다. 
 
또 "가업을 물려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 목소리로 아버지의 가사를 저장해놓고 싶다"며 김종환의 딸에서 나올 수 있는 부담감을 이겨내고자 했다.

김종환의 신곡 '아내가 돼줄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달콤한 프로포즈송이며,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을 맡았다. 밝고 경쾌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만큼 김종환의 색다른 면을 엿볼 수 있다.리아킴의 '내 남자니까'는 마치 '아내가 돼줄래'의 화답송 같은 콘셉트를 지니고 있는 발라드 곡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이야기하듯 불러주는 노래로  쉽고 편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 간의 따뜻한 감정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아내가 돼줄래'를 만들었다.

김종환은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포즈송이지만, 부부들이 듣기에도 좋을 것"이라며 "요즘 부부들이 표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살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줄 만한 말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곡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진 '아내가 돼줄래'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도중 흥에 겨운듯 리듬을 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리아킴은 "'내 남자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아킴은 차분한 목소리로 '내 남자에게'를 열창했다.

이날 김종환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가치관을 밝히면서 상업적인 면에 중점을 두는 가수들과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 그는 "돈이 되는 음악을 하려면 트로트나 댄스를 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김종환은 "사실 '존재의 이유'나 '사랑을 위하여'는 돈을 벌려고 만든 노래는 아니다"며 "댄스나 트로트를 해야 돈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재의 이유'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김종환은 수백억에 이르는 수익을 얻었다. 그는 "'존재의 이유'로 벌었던 돈은 제작사에게 전부 주고, 새롭게 다시 시작했다"고 한 후 "리아킴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또 "요즘 힘든 시기가 많은데 TV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아무일 없었다는 것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팩트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노래가 됐든, 상품성만 보고 음악을 만들면 작품의 의미와 존재 가치는 없어진다"고 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곡을 만들고 싶다"며 "음악의 겉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내가 추구하는 장르의 테마는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985년 데뷔 후 어느덧 가수 생활 30년차에 접어든 김종환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이름이다. 리아킴 또한 사실상 신인에 가까울 정도로 인지도는 낮다. 그럼에도 김종환은 리아킴이 당장 눈앞의 성공에 연연연하기 보다 꾸준한 활동을 통해 서서히 팬 층을 늘려가기를 원했다.

김종환은 "딸이 갑자기 스타가 되는건 원하지 않는다"며 "나도 무명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어쩔 때는 리아킴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스타가 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의외의 발언을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그게 모순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빨리 돈을 벌고 스타가 되면 혹시라도 인성이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물론 딸의 성격상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환은 "일본은 음반을 내면 대부분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며 "딸도 차근차근 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팬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종환의 소신은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밝히는 순간에도 드러났다. 그는 "나는 예전부터 TV에 노출이 많이 되는 가수가 아니었고 지금과 변한건 하나도 없다"면서 "주로 콘서트를 통해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리아킴은 김종환의 이 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힘을 주고 싶다는 공통된 바람을 나타냈다.

김종환과 리아킴은 쇼케이스 마지막 순서로 '가족을 위한 노래'를 함께 불렀다. 김종환은 무대 위에서 "소신껏 노래하는 리아킴이 되기를 바란다"고 진심 어린 눈빛을 건넸다. 리아킴 역시 김종환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아름다운 무대를 꾸몄다.

김종환과 리아킴의 진실된 목소리가 천편일률적인 아이돌의 음악으로 채워지고 있는 현 가요계에 신선한 울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박찬하 기자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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