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스크린산책] '스포트라이트'

진실에 한 걸음씩… 저널리즘의 정수 보여준 '묵직한' 영화

2016-02-25 19:06:16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카톨릭 교회에서 수 십 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실화를 다루고 있다. 더쿱 제공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2015)의 논설주간 이강희는 대중들을 개돼지 취급하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글을 써내려 간다. SNS 시대에 원고지와 연필로 글을 쓰는 그가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시장과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매체가 존재하는 한 그것의 위험성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보스턴 글로브지 추적 취재
언론인 직업적 사명 다룬 실화


권력과 결탁한 미디어의 부정부패가 창궐하다 보니 오히려 그 반대의 사례, 미디어가 담당하고 있는 환경감시 기능의 좋은 예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24일 개봉한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3대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가 다루었던 충격적인 기사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힘을 가진 매체가 발휘하는 순기능에 대해 제대로 보여준다.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은 새로 부임한 편집장의 지시에 따라 30년간 수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 교구 신부를 심층취재하게 된다. 가톨릭계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이들은 그동안 은폐되어 있던 교회의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사건의 파장과 무게감이 큰 만큼 피해자 및 가해자부터 변호사, 추기경 등 스캔들에 연루된 사람들과 접촉하고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팀은 궁지에 몰릴수록 기지를 발휘하며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마침내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게 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저널리스트들의 의무와 자세를 이야기한다. 거대조직, 그것도 특정 종교에 맞선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주저 없이 취재를 감행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의 기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적 사명을 완수해가는 일상의 영웅들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은 신부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어려운 환경의 아동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그들의 영혼을 유린해온 범죄자들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데, 이 지점부터는 굳이 '직업윤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정의와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토마스 매카시 감독은 다소 격앙될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특유의 냉철함으로 적절히 제어하면서 이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온도조절에 성공했다. 네 명의 기자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묵직한 메시지 안에서 돌출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 부분에서도 그의 세련된 연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탄탄한 각본부터 안정된 연기와 빈틈없는 연출까지, 드물게 뛰어난 완성도를 성취한 작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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