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과 경비행기 그리고 쯔위 (인터뷰)

2016-07-27 11:43:14

“저는 경비행기에요. 높이는 못 날지만, 계속 가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이정진이 오랜 연기 인생을 ‘경비행기’에 비유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큰 굴곡 없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초특급 스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알 정도로 인기도 있다. 
 
이정진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다행히 욕심이 많지 않았다”면서 “제트기처럼 이륙해서 날아가는 분도 있고, 여객기처럼 장시간 가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경비행기”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러브콜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그는 “매 작품 손익분기점은 넘은 것 같다”며 “전투기나 여객기는 시동이 꺼지면 큰일 나는데, 경비행기는 꺼져도 내려온다”고 비유했다. 
 
이게 곧 이정진만의 경쟁력이다. 그는 “스타는 오래 빛나야 하는 사람이고, 오한 분들은 제 경험상 사람이 다 좋더라”며 “저 역시 사람을 좋아하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영화 ‘트릭’에서 시청률을 위해 조작도 서슴지 않는 다큐멘터리 PD 석진으로 분했다. 앞서 말한 그의 성격과 캐릭터의 모습이 이질적이다. 
 
그는 “이해는 된다”면서 “그게 대한민국 현주소인 것 같다”고 사고를 확장했다. 이어 “돈, 성공이 키워드”라며 “석진 같은 사람이 기업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승승장구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우리의 선배일 수도, 동료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까지 해가면서 일을 한다고 손가락질하겠지만, 돌이켜봤을 때 나도 저 사람을 꿈꿨던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을 원하니까요. 그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이 때문일까. 영화 속에서 석진은 악역처럼 보이지만, 이정진은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연기에 임했다. 이에 그는 “못되게 나오는데 착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못됐다고 생각했으면 저렇게 안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나쁜 놈이야’ 말고 다른 말이 듣고 싶었다”며 “그래서 다른 입체적인 접근방법들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석진은 시청률에 죽고 못 사는 인물. 그리고 시시각각 기사와 반응을 체크하는 인물이다. 실제 이정진은 반대다. 그는 “15년 차쯤 되면 달라지는 것 같다”며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라가면 소속사와 ‘무슨 일 있느냐’고 통화한다. 아마 저처럼 1위에 오르면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 많을 것”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앞서 말했듯, 이정진은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작품을 최고로 꼽을까. 
 
“다음 작품이요. 항상 지금 작품의 다음 작품이 최고였으면 하는 게 배우들이 가진 꿈이에요. 그러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이정진의 또 다른 이름 사진작가
 
이정진은 배우 말로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개인적인 취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모임에도 소속돼 있다. 또 개인 전시회는 물론 올해에도 사진국제페어에도 참여한다. 
 
그는 “4년 전 케냐 봉사활동 갔을 때부터 찍게 됐다”며 “이제는 취미가 아니라 전문 작가 타이틀도 생기기도 했고, 전시회나 그룹전에도 나간다”고 말했다. 또 “사진을 찍으면서 나의 새로운 것을 찾기도 한다”며 “촬영장에서도 상의해서 찍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내가 몰랐던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여러 작품을 내놨지만, 그중에서 가장 이슈를 모은 건 최근 진행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이와 함께 작업한 화보다. 
 
이정진은 “앞에 한 게 많은데, 이정진 치면 쯔위가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로 가장 유명한 사진이 됐다”며 “조만간 또 걸그룹과 화보를 진행하는데, 이러다 걸그룹 전문 작가가 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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