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11-19 09:56:31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 총리 오른쪽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 총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론스타 ISDS 취소 절차를 심리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신청 사건에서 승소했다. 대통령실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를 이재명 정부의 대외적 성과로 규정한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뒤늦게 숟가락을 얹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소송 완승의 '공'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는 18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 1650만 달러(약 3173억 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2022년 8월 중재 판정을 '전부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환율을 반영할 경우 약 4000억 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ICSID의 발표 이후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즉각 '정부의 대외 성과'임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18일 정부총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 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 한미중일 정상 외교, 관세 협상 타결에 이어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총리는 "(승소는) 그동안 법무부를 중심으로 정부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한 결과"라며 "국민께서 뜻을 모아주신 덕분에 국운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도 브리핑에서 "12·3 내란 이후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부재한 상황에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런 성과가 모여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며 "금감원 등 다른 부처 관계 공무원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정부의 대응'을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기존 중재판정부의 론스타 승소 판정을 취소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성해 최선을 다해 왔다. 그간의 노력이 좋은 성과로 귀결된 것을 반기며 그 과정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정부 관계자와 소송대리인, 정부를 믿고 응원해 준 국민께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권에서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당시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을 트집 잡으며 강력히 반대했다.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반대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시 취소 신청 추진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송기호 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ICSID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0)’”라고 밝혔고 박용진 전 의원은 “법무부가 ISDS 소송으로 400억 원 넘는 돈을 로펌에 썼다”며 “로펌만 배 불린 행정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은 그동안 '승소 가능성은 없다',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소송을 추진해 왔던 지난 정부의 대응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며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성과라고 이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승소의 공을 가로채려는 민주당의 태도는 뻔뻔하다 못해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여기에 숟가락을 얹는 대신 대장동 7800억 원부터 환수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1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34억 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 9157억 원에 매각했다. 론스타는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고 가격까지 내려야 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