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11-18 07:22:19
BHS한서병원 신장내과 권혁용 과장은 “부종을 비롯한 단백뇨, 혈뇨, 고혈압 등의 증상을 보이면 사구체신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조기 발견이 어려워 정기적인 소변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HS한서병원 제공
하루 150L 이상의 혈액을 걸러내며 체내 노폐물과 수분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장기, 바로 ‘콩팥(신장)’이다.
면역 반응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은 신장의 핵심 구조물인 모세혈관 덩어리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다. BHS한서병원 신장내과 권혁용 과장은 “부종을 비롯한 단백뇨, 혈뇨, 고혈압 등의 증상을 보이면 사구체신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조기 발견이 어려워 정기적인 소변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
사구체신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면역 이상, 감염, 약물 등에 의해 생길 수 있으며, 소아부터 노년층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발견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신장 기능이 점차 저하돼 결국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될 우려가 크다.
증상 역시 다양하다. 혈뇨와 단백뇨를 비롯해 체액 과다로 얼굴과 손, 발목 등이 붓는 부종, 고혈압이 대표적이다. 급성 사구체신염일 경우 감기 등으로 갑작스럽게 혈뇨, 부종, 고혈압, 소변량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데 대부분 초기 치료만 잘 이루어지면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성 사구체신염은 무증상 혈뇨나 단백뇨로 조용히 진행되며, 장기간 방치하면 신기능 저하나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구체신염 치료는 단백뇨를 줄이기 위한 ACE 억제제나 ARB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병의 진행 속도나 원인에 따라 스테로이드 또는 면역억제제가 함께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래 쓸 경우엔 부작용이 뒤따라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SGLT2 억제제’가 대안으로 활용된다. 권 과장은 “SGLT2 억제제는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신장에서 포도당과 염분의 재흡수를 억제해 사구체 내 압력을 줄이고 단백뇨를 줄어들게 해 비당뇨 환자에게도 신장 보호 효과가 나타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임상연구 효과 입증
SGLT2 억제제의 효과는 대규모 임상연구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DAPA-CKD 연구(2020년)와 EMPA-KIDNEY 연구(2022년)가 대표적이다.
당뇨병 환자와 비당뇨병 환자를 포함한 43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DAPA-CKD 연구 결과 디파글리플로진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신장 기능 악화·말기 신부전·신장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을 39% 감소시켰다. 특히 비당뇨 환자에서도 위험이 50%나 감소해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신장 보호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 연구에는 사구체신염 환자 695명이 포함됐다. EMPA-KIDNEY 연구에는 6609명의 만성 콩팥병 환자가 참여했으며, 이 중 비당뇨 환자 비율은 54%에 달했다. 엠파글리플로진 사용군은 위약군 대비 1차 결과 위험이 28% 감소, 단백뇨는 약 30% 감소했다. 특히 사구체신염 환자 1669명에서도 위험도가 23% 줄어들었다.
권 과장 역시 최근 신장이식 후 재발한 사구체신염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효과를 검증했다. 연구 결과 이들 환자의 체중은 3개월째 유의미하게 줄었고, 항고혈압제 사용량 역시 감소했다. 연구는 올해 세계이식학회에서 발표됐으며, 현재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권 과장은 “신장이식 후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은 진행이 빠르고 기존 치료의 반응이 제한적이지만, SGLT2 억제제는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면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성장기 아이들 관리도 중요
하지만 SGLT2 억제제가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부전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며, 여성 생식기 감염이나 탈수 등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신장내과 전문의의 상담과 함께 개인별 맞춤 적용이 필요하다.
병을 예방하는 한편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선 금연이 필수다. 흡연은 콩팥 손상 위험을 급격히 높이기 때문이다. 비만에서 벗어나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상태는 모두 사구체 과여과를 유발해 신장 손상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음주는 신장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지는 않지만, 혈압과 혈당 조절을 방해하고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염분과 단백질은 생리적으로 필요한 요소이지만, 과도한 섭취는 신장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조절이 필요하다.
사구체신염은 성장기 아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변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또는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소아에게선 면역글로불린 A 신병증과 알레르기성 자반증신염(하지 피부에 붉은 자반 발생)이 흔히 나타나는데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며 필요시 신장 조직검사도 고려해야 한다. 권 과장은 “사구체신염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만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라며 “SGLT2 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 길이 열리면서 다양한 신장 질환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면역 반응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다. BHS한서병원 신장내과 권혁용 과장은 “부종 등의 증상을 보이면 사구체신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조기 발견이 어려워 정기적인 소변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HS한서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