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동해 만나는 길목 ‘부산’, 해저로 나아갈 최적지 [71%의 신세계, 해저시대로]

우주보다 가까운 해저 ‘인류 미래’
무한한 가능성… 국내 연구 속도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25-11-20 20:30:00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앞바다에 들어선 국내 2호 ‘바닷속전망대’. 이대진 기자 경북 울진군 국립해양과학관 앞바다에 들어선 국내 2호 ‘바닷속전망대’. 이대진 기자

바다는 가깝고도 먼 존재다. 세계 인구의 10%가 연안에, 60%가 바다에서 100km 이내에 거주한다. 지구 표면적의 71%가 바다이며, 지구 생명체의 80%가 바다에 산다. ‘지구(地球)’가 아니라 ‘수구(水球)·해구(海求)’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인류는 아직 바다에 대해 잘 모른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에 따르면 바다의 5% 정도만 탐사가 이뤄졌다. 심해저는 0.001%도 채 파악 못했다는 보고도 있다.

흔히 해저는 또 다른 미지의 영역, 극한의 세계인 ‘우주’와 비교된다. 우주는 1969년 인류가 처음 달을 밟은 이래 탐사가 본격화하며 각종 연구 성과가 쌓이고 있다. 덤으로 냉동건조식품·정수기·메모리폼·고어텍스·적외선체온기 등 수많은 우주 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반면 해저 탐사는 제자리걸음이다. 1960년대 들어 프랑스·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서 해저 연구에 나섰지만 경제성 등을 이유로 대부분 중도에 손을 놓았다. 오늘날 인간과 해저의 접점은 석유·가스시추, 양식, 관광·레저 분야 정도다.

이제 바다의 겉만 핥았기에, 역설적으로 해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해양광물과 에너지·식량자원 같은 1차원적 이용을 넘어 해양생태계를 연구하고 해양기후를 관측해 미래 기후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바닷속으로의 도전은 전통적인 영토 개념을 허무는 대전환이기도 하다. 육지와 바다를 가르는 수평적 경계를 뛰어넘어, 바다 아래로 육지의 몇 배에 달하는 영토 확장이 가능하다.

해저도시 관련 연구·개발은 기술 혁신을 이끌어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우주 관련 연구와 파생 기술 상용화로 2021년 한 해에만 33만 90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77억 달러(약 11조 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두바이의 해저호텔 ‘아틀란티스 더 팜’의 객실. 홈페이지 캡처 두바이의 해저호텔 ‘아틀란티스 더 팜’의 객실.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해저의 이점에 주목해 근래 세계 주요국이 다시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40년간 세계 유일 해저기지 ‘아쿠아리우스’를 운영해온 미국은 최근 추가적인 연구시설 개발 계획을 세웠다. 앞서 남중국해 초심해저에 AI 무인기지를 만드는 ‘하데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던 중국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하이 앞바다에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다.

연구기지를 넘어 아예 사람이 거주하는 해저도시를 향한 도전도 이어진다. 10여 년 전 일본에선 시미즈 건설이 깊이 3000~4000m 바닷속에 6000명이 살 수 있는 75층짜리 ‘오션 스파이럴’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벨기에는 기후변화 대응책의 하나로 2065년까지 2만 명을 수용하는 수중 친환경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선언적인 ‘청사진’ 수준이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바닷속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우리나라는 2020년대 들어 해저도시를 향해 본격적인 첫발을 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주도로 2027년까지 울산 앞바다 수심 30m 아래 3명이 거주할 수 있는 연구 모듈을 설치할 계획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십수 년 뒤처진 우주 분야와 달리 해저는 출발선이 비슷한 상황이다. 한반도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길목인 부산은 해저 연구의 최적지라 할 만하다. 조선업을 비롯해 관련 산업군도 동남권에 포진해 있어 성장 잠재력도 높다.

한택희 KIOST 책임연구원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와 달리 해저는 직접 들어가봐야 알 수 있어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선진국도 쉽사리 덤비지 못하는 분야”라며 “아직까지 뭐가 있는지 몰라 뭘 해야 될지 모르는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외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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