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12-21 15:59:52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9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 교육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가 열렸던 충청도를 찾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며 ‘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변화를 말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장 대표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의 메시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지난 1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당원 교육에서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싸움을 위해 우리가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에 대해 사실상 사과를 거부하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주력해 온 장 대표가 노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중도와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그(계엄과 그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것, 그것이 보수정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간 지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14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변화’라는 표현을 14차례 반복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의 배경에는 당 지지율 정체와 내부 비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장 대표는 계엄 1년을 맞은 지난 3일에도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사과를 거부했지만, 이후 당내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특히 ‘원조 친윤’으로 분류되는 윤한홍 의원이 당 지도부를 향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라고 공개 비판하면서 지도부의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연대 분위기를 만든 점도 장 대표의 메시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강경 지지층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던 장 대표의 입장 변화에 당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같은 날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함께 계엄을 극복하고 민주당의 폭주와 싸우는 것만이 대한민국과 보수가 살 길”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친한계(친한동훈계)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장 대표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장동혁 대표가 ‘우리는 변화할 준비가 돼 있고 그 변화의 맨 앞에 제가 서겠다’며 앞으로 달라지겠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할 뿐 아니라 헌재 해산까지 요구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윤리위원회에 청구했다. 당무감사위원장인 이호선 교수는 장 대표가 임명한 인사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온 인물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도 “당내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중도·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모두 고름 짜듯이 짜낸 뒤 다시 중도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화와 외연 확장을 말하면서 동시에 친한계를 배제하는 움직임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당 내부에서도 장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나 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가 말한 변화가 한 전 대표를 포함한 중도 확장 전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메시지에 그칠지를 두고 당 안팎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