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09-20 13:51:46
낮과 밤이 다른 가게(럭희) 앞에 걸린 김혜림의 작품. 작품 앞에서 설명하는 이는 성승은 큐레이터. 김은영 기자 key66@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전하는 배지윤 작가의 도자기 스푼(사진)과 차갑고부드러운 행복을 전하는 젤라또(젤라마시또)의 만남을 보여주는 협업.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 골목길에 예술의 온기가 번지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리멘과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가 주관하는 ‘2026 또따또가 페스티벌: 스팍 플레이그라운드’가 22일까지 열린다.
올해 축제의 키워드는 ‘스파크(Spark)·스프레드(Spread)·플레이(Play)’. 작가와 주민, 지역 공간이 만나는 순간 생긴 작은 영감이 골목으로 번지고, 익숙한 원도심이 예술과 놀이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입주 작가 23팀이 참여한 현장에선 작품이 전시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시 공간 ‘스페이스 닻’은 레지던스 특유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배지윤 작가와 성승은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 성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시도하고 싶은 바를 중심으로 기획돼 예측 불허의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직 브레스(오승진) 작가의 팟캐스트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100여 개 화초를 가꾸는 이수정 작가는 사진 작업 ‘나의 정원’으로 마음을 천천히 쓰는 ‘시간의 훈련’과 쉼을 건넨다. 베이직 브레스(오승진)·이수정 작가는 철거된 구 영도다리의 방치된 부재를 추적해 잔재와 웹 지도로 지역 유산을 기록한다. 관객의 소리를 괴물 음성으로 바꾸는 고져스 고져스(서윤택)의 사운드 설치, 여러 영상과 미디어를 겹쳐 놓은 김정민의 ‘겹친 창’, “한 사람이 곧 하나의 우주”라는 개념으로 일상과 우주적 감각을 변주한 김덕희의 ‘부분 일식’ 일부도 눈과 귀를 붙든다. 서로 다른 매체와 발상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며 예측하기 어려운 감각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부산 원도심 오성빌딩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부산소설가협회의 설치 작품. 정미형의 소설 ‘검은 밤, 영도’를 낭독 음성과 필사 문장 등으로 시각화, 청각화했다. 이번 페스티벌 공동 기획자 성승은 큐레이터가 설명 중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원도심 오성빌딩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부산소설가협회의 설치 작품. 정미형의 소설 ‘검은 밤, 영도’를 낭독 음성과 필사 문장 등으로 시각화, 청각화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오성빌딩 1층’은 장르의 경계를 허문 3명(팀)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부산소설가협회는 정미형의 소설 ‘검은 밤, 영도’를 낭독 음성과 필사 문장, 설치 작품으로 입체화했다. 강민주 연출가는 일회성 공연의 기록을 45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시각디자이너 이지영(스튜디오 숲)은 ‘책등’을 형상화한 설치 작업을 모서리 공간에 배치하고, 이번 페스티벌 전체에 디자인적 서사를 입혔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는 골목 상권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럭희, 무슈부부커피스탠드 부산, 복합성 중앙점, 와키와키커피, 젤라마시또, 카파드래곤 등 6곳의 상가가 전시장으로 변신해, 젤라또나 커피를 즐기는 일상 동선에서 관객은 뜻밖의 예술과 마주친다.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커뮤니티 라운지이자 복합 문화 공간인 스페이스 돛에 설치돼 있는 페스티벌 지도. 입주 작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또따또가 김혜경 센터장은 축제의 묘미로 협업을 통한 ‘확장성’을 꼽았다. 내부 작가와 외부 청년 기획자의 협업, 작가와 상인의 교류, 폴란드·포르투갈·일본·대만 작가들과의 교류 워크숍이 축제의 관계망을 넓혔다.
대형 미술관처럼 한눈에 조망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선 예술이 생활 반경 안에서 발생하고 관계 속에서 자란다. 골목을 걷다 우연히 만난 작품 하나가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스팍 플레이그라운드’의 진가는 예술을 매개로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다시 잇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