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2026-09-24 20:27:41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여서정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전 열여섯 막내로 처음 섰던 아시안게임 무대. 시상대 맨 위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섰던 그는 8년 뒤 체조 대표팀 ‘맏언니’로 다시 섰다. 부상과 재활의 터널을 뚫고 한국 체조 요정의 귀환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여서정(제천시청·24)은 24일 일본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평균 14.483(보너스 0.20점
포함) 점으로 북한 안창옥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한국 여자 체조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따낸 것은 여서정이 처음이다.
여서정은 “준비하는 동안 부담도 컸던 만큼 긴장도 많이됐지만 경기 결과가 원하는 점수만큼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서정의 첫 아시안게임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 여홍철의 뒤를 이어 도마에 뛰어든 열여섯 살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린 첫 대회이기도 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32년 만의 여자 체조 금메달이었다.
여서정은 “아버지처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따서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듯해서 뿌듯하다”며 “해설위원으로 아버지가 오셨는데 아버지께 소고기 사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도마 동메달을 따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2023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역시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이었다. 당시 여서정은 일정이 겹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신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을 택했고, 한국의 36년 만의 올림픽 여자 단체전 진출에도 힘을 보탰다.
탄탄대로처럼 보였던 여서정의 여정은 부상과 재활이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도마 결선을 앞두고 훈련하다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다.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온전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후 수술과 긴 재활을 견뎠다. 그 사이 여자 체조 도마에서는 북한 안창옥이 아시아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여서정의 라이벌로 떠오르기도 했다.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 체조 여자 도마 시상대에 선 금메달리스트 여서정, 은메달리스트 북한 안창옥. 연합뉴스
여서정은 “안창옥과 연습을 하거나 대회를 하면서 교류는 없었다”며 “세계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어느 덧 대표팀 주장이 돼 아시아 무대에 복귀한 여서정은 “한국 체조가 아시안게임에서 계속 금메달을 딸 수 잇는데 기여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나고야)=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