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6-09-25 14:07:33
멕시코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상원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영접 나온 이히니오 마르티네스 미란다 상원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5일 정부의 ‘북한 포로 국내 송환 사실 비공개 방침’을 두고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면서 정부 조치에 대한 야당의 지적을 “정쟁 확대”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당연히 공개해야 할 사안을 정부·여당이 북한 눈치 보느라 타국 정상까지 비판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연결지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 양국 간 비공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며 “양국 간 신뢰를 저버린 처사이자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한 행동”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에 공개 경위를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당사자들의 안전을 위한 후속 조치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신 대변인은 또 야당을 향해서도 “이재명 정부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자화자찬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 사안을 정쟁으로 확대하지 말라”면서 “보호 대상자의 신상이나 구체적인 보호 경위가 드러날 수 있는 공개 요구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자제하고, 당사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공개 방침을 깼다며 유감을 표시하면서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가.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되든, 누군가 죽어 나가든, 국익이 손상되든 개의치 않고 성과를 생색내느라 포로 송환 사실을 징치고 춤추며 온 세상에 광고했을 그들”이라며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 포로 국내 송환은 시기의 문제만 있을 뿐 공개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정부가 갑자기 비공개에 집착한 이유가 뭔가”라며 “김정은 심기를 건드리는 게 그렇게도 두려웠나. 그 두려움이 ‘대북송금 사건’의 약점 때문인가”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국내 송환을 왜 숨겼냐는 국민의힘 지적에 ‘살인자’, ‘매국노’ 같은 극단적 언어까지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며 “정부는 북한 정권에 가짜 평화를 구걸하며 온갖 도발 앞에서 굴종하고 있다. 매국노는 바로 당신들”이라고 직격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북한 눈치에 포로 송환조차 우리가 주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연모가 커질수록 안보는 무력화되고, 외교는 무능해지고 있다”고 비난했고, 김용태 의원도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처럼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이 괴이할 따름”이라며 “북한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만 더 키울 것”이라고 가세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 역시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허세 부리던 이 대통령이 북한 지뢰 공격에는 입을 꾹 닫고 북한 포로가 공개된 것에만 화낸다”며 “이재명 정권의 안보 기준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분을 상하게 했느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을 받은 당사자 김정은에게 약점 잡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