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2-04 14:44:59
“처음엔 피아노 악보를 볼 줄도 몰랐어요. 피아노 치는 장면은 안무를 외우듯이 열심히 연습했죠.”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피아니스트로 변신한 배우 도경수는 이렇게 말했다. 스크린 속에서 그는 통통 튀는 ‘고양이 춤’부터 수준급인 ‘시크릿’까지 피아노 치는 장면을 그럴듯하게 풀어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피아노를 연습할 시간이 3주밖에 없었다”며 “방 안에서 종일 피아노 연습만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과 정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물이다. 도경수는 극 중 천재로 불리는 피아노 전공생 유준을 연기했다. 원작인 동명의 인기 대만 영화에서 저우제룬(주걸륜)이 맡은 역할이다. 도경수는 “처음엔 부담이 컸다”며 “원작보다 ‘사랑꾼’인 주인공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도경수에게 내준 가장 큰 과제는 피아노 연주였다. 학생끼리 연주 실력을 겨루는 일명 ‘피아노 배틀’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건반을 매만지는 클로즈업 샷은 대부분 대역을 썼지만, 곡 중간중간 짧은 부분은 도경수가 직접 소화했다. 곡의 흐름에 맞게 상체를 움직이는 연습도 했다.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몰랐던 도경수는 촬영 전 3주 동안 집에 방음실을 설치하고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되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조금 아쉬웠지만요. 안무를 외우는 것처럼 피아노 손동작을 외웠죠. 만약 연습을 더 길게 했다면 피아노에 더 흥미를 붙였을 것 같아요. 그때 샀던 피아노는 이미 중고마켓에 팔았습니다.(웃음)”
이 영화는 도경수의 첫 로맨스 영화 주연작이기도 하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로맨스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경험과 감정 표현들이 쌓이다 보니 일상적인 로맨스 감정을 담은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감정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캐릭터의 감정 표현엔 주위 사람들의 사랑 경험담을 듣거나 그들에게 연애 상담을 해준 것도 도움이 됐단다. 도경수는 “젊었을 때 연애를 하거나 사랑에 빠지면 다른 생각을 못하고 사랑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며 “멜로 대사를 하는 게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너를 위해 연주할게’ 같은 말은 너무 과해도 부족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톤 조절에 신경을 썼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에 더 공감이 갔어요.”
보이그룹 엑소 멤버이기도 한 도경수는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영화 ‘형’ ‘신과 함께’ 시리즈, ‘스윙키즈’ 등에 출연해 대중을 만났다. 도경수는 “음악과 연기의 매력이 다르다”며 “두 활동 모두 양쪽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 등 예능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도경수는 연기와 음악, 예능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고 싶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경험해볼 수 없는 감정을 연기로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게 노래할 때 감정 표현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연기에서 박자감이 필요할 땐 가수 활동을 한 게 도움이 되고요. 연기든 음악이든 예능이든 보는 분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