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 시작은 분명 화려했지만...(리뷰)

2015-11-12 11:25:11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시작은 화려했다. 그 어떤 시리즈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마지막은 아쉬웠다. 명성에 비해 허술했다. 11일 개봉된 첩보 영화의 대명사 ‘007스펙터’다.
 
전편인 ‘007스카이폴’(143분)에 비해 불과 5분 늘었지만, 체감시간은 이보다 더 길다. ‘스카이폴’이 만들어 놓은 높은 기대치도 있지만, 상당히 허약한 액션 밀도와 의외로 약한 ‘사상 최강의 적’이 결정적이다. 
 
일단 화려한 시작부터 말하면, ‘역대급’이란 수식어에 걸맞다. 멕시코 전통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이 한창인 가운데 펼쳐지는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악당의 육탄전은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헬기에 올라타서도, 본드는 여유롭게 적을 상대했고, 긴장감과 여유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007만의 시그널은 24번째 제임스 본드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제격이었다. 샘 멘데스 감독이 구축한 007은 완벽해 보였다. 
 
이 사건으로 본드의 소속인 영국 정보국 M16은 해체 위기에 놓인다. 어떠한 도움 없이 혼자 힘만으로 위기를 뚫고, 적을 무찌르고, 해체 위기에 놓인 조직까지 살려야 한다. 본드는 사건의 비밀을 쥔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함께 스펙터의 비밀에 접근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본드는 어떤 어려움도 가뿐히 헤쳐 나갈 것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이 전해주는 재미다. 
 
시리즈물 영화는 매번 ‘전편보다 나은’ ‘전편보다 더 강력한’ ‘사상 최악’ 등의 수식어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전편보다 더 부족한 혹은 더 약한 상대를 보고 싶은 사람을 없을 테니까. 문제는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느냐다. ‘007스펙터’의 아쉬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상 최악의 악당’을 담당해야 할 스펙터의 수장 한스 오버하우저(크리스토프 왈츠)의 악당 지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 팽팽해야 할 대결도 손쉽게 무너진다. 또 본드와 개인적인 연결고리를 더했지만, 이 역시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특히 007답지 않은 어설픈 액션 디자인은 놀랄 정도. 수십 발의 총탄도 알아서(?) 피해가고, 멀든 가깝든 ‘원샷원킬’을 보여주는 본드의 모습은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신선한 아이디어도, 새로운 첨단 무기도 보이지 않는다.   
 
또 ‘007스펙터’는 처음으로 본드의 어린 시절을 끌어 들였지만, 놀랄 정도는 아니다. 매혹적인 매들린과 본드의 관계 역시도 고전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레아 세이두의 매력을 완벽하게 담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007 팬이라면, 흥미로운 지점도 눈에 띈다. 본드가 사랑했던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는 이번 편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본드를 지배한 베스퍼 린드, 그런 그녀를 움직였던 스펙터 등 이 관계들이 모두 깨끗하게 정리된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의 ‘007 완결편’같은 느낌이다. 

사진=UPI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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