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6-02-11 10:58:48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추진 19일 만에 ‘지방선거 전 합당 무산’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친명계 반발과 당청 간 이상 기류로, 여권 내홍은 ‘청와대 당무개입’ 논란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 단순 당청 간 절차적 이견을 넘어 차기 당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권력 투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홍익표 수석을 만났다”라며 “홍 수석이 전한 통합에 관한 대통령의 입장은 찬성”이라고 밝혔다. 특히 강 최고위원은 “현재 상황상 지방선거 이전 통합은 어렵지만,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하고 전당대회는 통합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최고위원은 “합당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면 바로 합당에 관한 수임기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라는 대통령의 입장까지 전달받았다”면서 “대통령님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나 홍 수석이 전한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강 최고위원은 해당 글을 SNS에 올렸다가 빠르게 삭제했다. 이후 강 최고위원에 기자들이 작성 경위 등을 묻자 “그런 것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청와대 측도 “합당은 당이 결정할 사안이며 청와대는 합당과 관련해 논의한 것이나 입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삭제 전 강 최고위원의 글이 퍼져나가면서 ‘청와대 당무개입’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해당 글은 합당 논의 기구 구성 등 최고위원회의 결정 사항과 일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전에 이재명 대통령과 논의된 내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최고위는 합당 논의를 중단하는 대신 혁신당과의 ‘연대·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혁신당에도 같은 성격의 기구 발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합당 초기 우상호 전 정무수석이 “이 대통령도 합당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정청래 대표와 대통령 간의 교감을 시사했던 것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당시 우 정무수석은 정 대표를 둘러싸고 합당 발표 절차 논란이 일자 “논란이 많은데 통합에 대해서는 사실은 원칙적으론 조국 대표, 정 대표, 청와대 간 공감대가 있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당초 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등에 업고 합당을 밀어붙였으나, 지방선거 전 합당 등 시기와 속도를 두고 당청 간 엇박자가 났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합당 논의로 청와대와 당 지도부 사이 균열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합당 이전부터 재판중지법, 검찰개혁,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각종 현안에서 엇박자를 이어오며 청와대 측은 최근 당무를 두고 여러차례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특검 후보 추천 문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불거진 합당 논란으로 명청 갈등성은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당 중단 사태를 정 대표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된 사건이라고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당권 경쟁 구도와 맞물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자기 세력을 다지려 한다는 경계심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일단 합당 논의는 지방선거 전 추진을 일단 접는 방향으로 정리됐지만, 계파갈등에 더해 명청갈등까지 얽히면서 한동안 민주당 내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