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을 챙겨야 성공할 수 있다

■4시 퇴근, 성과 두 배, 덴마크의 경쟁력 제3의 시간/히라카이 유카
짧은 노동 시간, 최고 성과를 내는 비밀
더 온전한 나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
불필요한 절차 생략 집중하는 분위기
무의미한 상사 지시 거부할 수 있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6-06-18 14:42:30


오후 4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후 4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후 4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후 4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후 4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오후 4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흔한 자기 계발서구나 싶었다. 그런데 ‘4시 퇴근, 성과 두 배’로 시작되는 제목에 자꾸 눈길이 간다. 아마도 며칠 전 동창과 ‘저녁이 있는 삶’에 관해 한창 토론했던 게 생각났던 것 같다. “그런 건 은퇴후에 실컷 하자. 몇 십년 참았는데 몇 년만 더 참자”라는 결론으로 끝냈다. 대다수 직장인은 비슷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대놓고 그게 답이 아니라고 한다. 일본인 저자는 2009년 덴마크인 남편을 만나 덴마크로 이사한다. 늘 바쁘게 일했던 저자에게 덴마크 직장 문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오후 3시가 지나면 관리직도 경영진도 모두 퇴근을 준비하는 분위기로, 컴퓨터를 끄고 책상 주변을 정리한다. 오후 4시 무렵에는 이미 사무실에서 모두 자취를 감춘다.

오후 4시 퇴근해 각자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만의 여가를 즐긴다. 운동을 하거나 집안 곳곳을 수리하고 홈파티 같은 행사도 많다. 어딜 봐도 ‘일에 열심히 매진하는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덴마크는 2022년, 2023년 2년 연속 국가경쟁력 1위에 선정되었다. 나아가 세계 디지털 경쟁력, 전자정부 평가, 환경 성과 지수에서 전부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세계 최고 수준의 행복도를 자랑한다.

“외국이니까 그렇지, 우리나라완 달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으로서 15여 년 덴마크식 삶의 방식을 관찰하며 이건 많은 곳에서 적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덴마크가 오늘날 최고의 워라밸 복지 국가이자 시간 효율의 모범으로 꼽히게 된 원인을 ‘제3의 시간’에서 찾았다. ‘제3의 시간’이란 일, 가정과 대비되는 3번째 시간 영역을 말한다. 단순히 번역하면, 여가이지만 자아 성취와 실현의 시간, 진짜 즐거움이 만들어지는 시간, 가치 있는 시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시간, 일부러 찾아서 만들어가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시간, 집이자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자연, 클럽, 커뮤니티 공간)에서 누리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자아 성취라고 하면 보통 스펙, 커리어, 경쟁, 직장에서의 승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덴마크에서 자아 성취는 ‘더 온전한 나로 사는 것’을 말한다. 교양과 인격이 잘 형성되고, 삶을 수동적으로 끌려가거나 방관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꾸려가며 만들어가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성공이며 성취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덴마크 사람들이 변화하는 환경을 정확히 파악해 자신들이 가진 지혜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빠르게 대처한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경쟁력 순위 1위를 달성한 나라답게 현금 없는 사회로 가장 먼저 전환했고 지금은 카드마저 거의 사라지고 앱으로 결제한다. 화폐를 유통하는 비용을 줄이며 동시에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행정 기관에서 오는 우편은 모두 사라졌고 온라인으로 처리되며 코로나 팬데믹 역시 가장 빨리 극복했다.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해 퇴근 이후 혹은 5주간의 휴가 때 업무 연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을 위해 삶을 희생하지 않으며 일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삶의 풍요에 있다. 개인 시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 순위가 명확하며 우선 순위가 낮은 것은 과감히 끊어낸다. 인터넷 강국인데, 시간 에너지가 낭비된다며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회의는 시작 시각, 종료 시각을 미리 설정하며 이를 어기지 않는다. 발언하지 않는 사람은 회의에 부르지 않는다. 불필요한 더블 체크나 보고, 중간 관리자의 승인은 모두 생략한다. 자기 할일만 하면 형식, 스타일에 간섭이 없고 계획은 언제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덴마크는 직원의 생각하는 능력을 존중하기 때문에 상사가 의미 없거나 설득되지 않는 지시를 내린다면, 부하 직원에게 질문 세례를 당하거나 심지어 이행이 거부될 수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가는 게 아니라 건너면서 돌다리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유연함이 지금 시대에 큰 무기가 될 것 같다. 하리카이 유카 지음/정지영 옮김/센시오/200쪽/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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