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 악귀 들렸다' 고문하다 결국 숨지게 한 무속인… 대법, 살인죄 인정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 2026-10-14 08: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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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박한 조카에게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형을 대폭 낮춘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대법원 3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81)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 씨와 그의 자녀들, 조카, 신도 등 공범 6명은 2024년 9월 18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30대 여성 B 씨에게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조카인 B 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 '숯불 주술의식'을 하겠다"며 B 씨를 결박했다.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제작한 철제구조물에 B 씨를 묶었고, 아래에 놓인 대야에 불이 붙은 숯을 계속 넣어 열기를 가했다.

이들은 B 씨가 수차례 의식을 잃었음에도 계속해서 범행하다 결국 의식을 완전히 잃자 현장을 정리, 2시간 뒤 119에 신고해 "숯 위에 엎어졌다"는 등 거짓 진술을 했다. B 씨는 이틀 뒤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장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왔다. 때문에 피해자의 부모는 오히려 이들에게 고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A 씨 등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결박하고 장시간 고문했는데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범행 방식이 잔혹하고 엽기적"이라며 "(피고인들은) A 씨의 친척이나 가족들로 반인륜적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경련을 일으키면서 정신을 잃었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겪었을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해자 부모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으나 (피고인들이)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합의금이나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7년으로 형을 대폭 줄였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경우 인정된다.

A 씨의 자녀들을 포함한 공범 6명도 1심에선 살인·살인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2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상해치사·상해치사방조죄만 적용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살해 동기가 있었다거나, 나머지 피고인들이 열기를 어떤 방식과 강도로 얼마나 가할지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전 과정이 CCTV에 모두 녹화됐으나 이를 방치한 점,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 등을 보면 계획적 살인이나 조직적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조카를 평소 진심으로 아낀 것으로 보이는 점, 왜곡된 무속적 사고방식 아래 치료 목적으로 주술을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 등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피고인들 사이의 순차적·암묵적 공모도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며 살인죄를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술의식'은 이들의 무속신앙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잔인하고 위험한 데다가 40년 경력의 무속인 A 씨도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행위"라며 "굿이나 제사 등의 통상적인 무속 행위와 달리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의식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술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주술의식으로 B 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며 "설령 주술의식의 효력을 진정으로 믿었다 해도 사망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이상 '악귀 퇴치 의도'를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주술의식 전 위험성을 듣고 여러 차례 지켜보고도 제지하지 않아 방조죄가 적용된 피해자의 오빠와 사촌언니(A 씨 자녀)에 대해서도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살인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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