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 2026-10-25 08:16:47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빈소에 영정이 놓여있다. 고인은 1970∼1980년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했으며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문민 정부 초기의 개혁 정책에 기여했다. 김동영 전 정무1장관과 함께 '좌동영 우(右)형우'로 불릴 정도로 상도동계의 핵심 인사로 통했다. 연합뉴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원한 오른팔'이자 정치적 동지인 상도동계의 거목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3시30분 중앙보훈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째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김대중재단이사장과 'YS의 분신' 상도동계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민주당의 큰어른인 정대철 헌정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고인의 가는 길을 추모했다.
빈소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보낸 조기를 필두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민주화추진협의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원로들이 보낸 조기가 빼곡히 늘어섰다.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공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8·9·10·13·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6선 정치인이자 상도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고인은 1970∼1980년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YS와 고락을 함께했으며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문민 정부 초기의 개혁 정책에 기여했다.
고인은 초선 때 대정부 질의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에 의한 영구집권 음모를 폭로해 서빙고 인근에 있던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대공분실에 끌려가 3개월간 모진 고문을 당했다.
고인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군보안사령부에 또다시 연행돼 재차 고초를 겪었으며, 신군부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민주자유당 사무총장과 내무부 장관 등을 지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신한국당 내 차기 대선주자인 이른바 '9룡' 중 한 명으로 언급되는 등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했으나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
고인의 아들 최제완 씨는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술을 드시고 집에 오면 '아빠의 청춘' 노래를 부르며 웃긴 춤을 추고 자식들을 웃겨주던 따뜻한 분"이라면서 "정치인 아버지로서는 아주 엄하게 저희를 키우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인이 서슬 퍼렇던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아마 우리나라 야당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 중에 가장 많은 고문 피해를 입으신 분일 것"이라면서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때 독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대동맥이 찢어진 상태였다. 고문 후유증 때문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 때 아버지가 가택연금을 당하셨다. 집 밖을 못 나가니 어머니가 광화문에서 국밥집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셨다"면서 "형사들이 집까지 들어와 감시하는데, 저희 살림살이가 쪼들리는데도 형사들에게 밥 먹으라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YS와 일화에 대해서는 "(뇌졸중으로) 자기 몸도 못 가누시는데 YS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1월1일 세배를 가셨다"면서 "YS에 대해 섭섭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뒤에서 욕하는 거 아니다'라고 하시며 끝까지 YS에 대한 의리를 가슴에 품고 사신 분"이라고 했다.
YS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해온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은 대한민국의 큰 거인이셨다"면서 "정말 엄혹한 시기에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한 몸 아끼지 않으셨다. 최형우 선배님 계시지 않았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더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갈 때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손익 따지지 않는 자세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덧붙였다.
최 전 장관의 장례는 사흘간 치러지며 오는 27일 발인 예정이다. 고인은 국립419 민주묘지에서 영면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