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규제 아닌 서비스제공 기관…산업 좀먹는 '독소제거' 앞장설 것"

입력 : 2016-04-04 09:41:36 수정 : 2016-04-04 1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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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여명숙 게임위 위원장, 조직정비·민관협력 체계 구축 소기 성과 이뤄

자율등급분류 확대는 게임 글로벌화 따른 수순
교육플랫폼, 게이미피케이션 기반으로 바뀌어야
게임, 초기 VR시장 접근 높이는 마중물 될 것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의 화법은 거침이 없다. 사적인 자리는 물론 공식행사에서도, 심지어 윗사람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다. 또 겁이 적고 추진력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해 게임산업계 사이에서는 여걸 중의 여걸로 손꼽힌다.
 
여 위원장이 꼭 1년 전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수장으로 취임한 이래 가장 먼저 손질한 부분도 타성에 젖어 관성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조직의 낡은 구습들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게임위를 본래 성격에 맞게끔 정비하기 위해 게임위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고, 사고가 예견되는 시급한 일들부터 고쳐 나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 위원장 취임 직전 게임위는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뇌물수수, 불법 사설서버 단속 미흡 논란, 스팀 등 국내외 게임의 등급분류 역차별 논란, 페이스북 게임의 한국 서비스 차단 등 각종 부정적 이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여명숙 게임위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 작년 4월 어려운 시기에 게임위 수장직을 맡았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매일 게임 속에서 '공성전(성이나 요새를 빼앗기 위해 벌이는 전투)'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10년 같은 1년을 보냈다. 지난 1년은 '소통'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게임위 본래의 임무에 맞게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게임위가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부터 했다. 그 가운데 불합리한 중복규제를 개선하고, 작게나마 민관합동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도 낼 수 있었다."
 
- 중복규제를 개선하고 민관합동 관리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 부탁한다.
 
"게임물 관리의 핵심은 '이용자 보호'와 '문화적 돌봄'이다. 이는 기업 주도형도, 행정기관 주도형도 아닌 민관합동으로만 가능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게임개발 현장을 방문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이슈사항을 논의했다. 현장방문 자리에서 업계관계자들에게 대한민국 게임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민관이 협력해서 같이 뛰자고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아예 '불판'을 바꾸자는 말에 함께 자리했던 게임사 대표들이 (정부기관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그 자리에서 뜻을 모아 주어서 고마웠다. 그 이후 실무자들과 협회도 적극적으로 '상생'과 '문화적 돌봄', '이용자 보호' 전략을 실천해주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 때 현장방문을 계기로 정기 소통회의를 정례화했고, 올해 내에 정책포럼이나 세미나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문화와 생태계를 바꾸는 일을 게임위와 업계가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또 작년 11월 웹보드게임 대한 중복규제를 개선했다. 웹보드게임물 등급분류기준에서 아이템 1회 판매가격을 1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아이템 묶음판매를 금지했던 내용을 폐지했다. 또 1회 최대 베팅규모를 4분의 1로 제한한 기준과 풀베팅방 등 고액베팅의 서비스를 금지한 내용 또한 없앴다. 현재 시행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령과 중복된 규제 내용들이었다. 게임위 자체적으로 게임사들의 사업모델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등급분류기준을 점검한 결과였다.
 
- 취임 2년차 계획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게임위 현안과제는 무엇인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게임시장에 맞춰 게임물 관리방식도 바꿔 나가는 것이 게임위의 당면과제다. 아직까지도 일부 제도나 관리 틀이 과거의 게임을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 실정에 맞는 실효성 있는 관리 시스템 마련을 위해 게임업계와 협의체를 정기 운영하고, 조사·연구도 강화, '규제 기관'에서 '서비스제공 기관'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게임산업을 좀먹는 독소를 제거하고, 게임 이용자가 주도권을 갖고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데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픈마켓 게임물의 증가추세에 맞게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관리하고, 산업에 피해를 주고 등급분류제도를 무력화하는 각종 불법 유해 게임물과 불법 복제 온라인 게임물에 대해 민·관·경(게임사, 위원회, 부산지방경찰청)이 협업해 근절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용자가 게임이용주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불법게임물 근절을 위한 교육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게임을 잘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이용문화를 성숙화하는데 기여하겠다."
 
실제 게임위는 이미 게임 이용자 및 게임기업의 권익보호 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이달 초 부산지방경찰청과 불법 온라인게임물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를 시작으로 게임위-경찰청-게임사를 잇는 민·관·경 공조체계를 구축, 불법 사설서버 유통방지와 근절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게 게임위의 목표다.
 
특히 이는 온라인게임 복제로 부당이익을 취한 범죄조직을 적발하는 것 뿐 아니라 특정 기업이나 기관의 힘만으로는 불법사설서버를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경찰의 힘까지 한 데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외에도 민관합동 관리체계 구축에 따른 결과물로 이달 중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칭)' 오픈을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는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에 따른 보드게임의 사행화 방지 및 게임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제고를 위해 게임위와 게임사들이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다.
   
◆ 민관경 공조 통한 불법게임 단속 강화…이용자 제어방안도 고심
 

- 최근 정부에서도 게임규제 완화에 대한 긍정적 논의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 게임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진화에 따라 불법게임들의 수법 또한 고도화되고 있는데, 게임물 사후관리 강화 등 게임위의 대책이 궁금하다.
 
"최근 게임물의 사행화는 아케이드 게임에서 온라인, 모바일게임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케이드 게임물의 사행화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더욱 관리가 어려운 온라인과 모바일 영역의 게임사행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우선 아케이드 게임물의 경우 운영정보표시장치(OIDD)의 고도화를 통해 사행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게임위 현장단속요원들에 대한 범죄과학수사 교육 등을 강화해 전문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사법기관과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전문교육인 양성을 통해 일선에서 사행성 게임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온라인 사행성 모사 게임물의 시장변화에 대응한 체계적이고 통제가능한 관리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물의 사행화는 사실 이용자가 어떻게 게임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제의 영역에 있는 이용자들을 제어하고 통제 가능한 이용자 기반의 관리방안을 진취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게임과  가상현실(VR) 등 융합 콘텐츠산업 육성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체감형 게임, 기능성 게임, 게임 인공지능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게임 콘텐츠 분야에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게임 콘텐츠 개발 및 창작환경 개선을 위해 현재 모바일게임으로만 국한돼 있는 민간 자율등급 범위를 온라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게임 규제 완화를 위해 민관합동의 게임규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올 상반기 중 온라인게임 한도 증 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 플랫폼을 막론한 전체 게임물에 대한 자율등급분류가 가능해지게 되면 현재 막혀 있는 페이스북 게임의 국내 서비스가 가능해 지는 등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어떠한 방법으로 사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인가.
 
"자율등급분류의 확대는 게임시장의 글로벌화로 인해 불가피한 부분이다. 결국에는 해외게임물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더 강화할 수밖에는 없다. 이에 게임위는 등급분류기준 표준화와 해외 등급분류기관과의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의 공조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오픈마켓 게임물에 대해서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게임위는 분기별로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 간담회를 정례화해 등급분류 기준 사례교육을 하는 등 자체등급분류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제연령등급연합(IARC, International Age Rating Coalition)와 연대를 강화하고 사후관리 문제 발생빈도가 높은 오픈마켓의 게임물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한 자체등급분류제도의 미비한 사항을 점검해 보완하고 직권재분류절차 등을 정비, 자체등급분류게임물에 대해 실효적으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악용한 어플방과 같은 신종 불법 게임물에 대해서는 검·경찰과의 MOU로 공조체제를 긴밀히 해 단속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급변하는 게임시장 환경에 신종 불법 게임물에 적시·적극적 대응을 위해 사후관리 예산 및 모니터링 인력을 확보하고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게임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타개방안이 궁금하다.
 
"맞다. 유감스럽게도 전년대비 6억원의 국고지원이 삭감된 52억원을 편성받았다. 기존에 하던 사업들은 규모를 줄여서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주무부처에 기금지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신규사업을 개발하고 범부처간 기술개발 과제에 지원하는 등 추가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구색 맞추기용' 기능성게임 투자 그만 둬야
 
- 기능성게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작년 12월 한국게임학회 행사에서 '착하기만 한 게임이 환영 받는 시대는 끝났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기능성게임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조언 부탁한다.
 
"한국게임학회에서 한 말은 기업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구색 맞추기로 재미없는 기능성 게임에 투자하는 일 그만 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기능성 게임이란 놀이와 공부라는 두 개의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게 하는게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할 재미요소를 잘 찾아서 '놀다보니 건강해지고', '놀다보니 공부가 되고', '놀다보니 인간성이 좋아지도록' 만든 게임이다.
 
그 점에서 융합사이언스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고 단순 오락형 게임산업보다 훨씬 더 활용도가 넓고 깊은 연구에 기반해야만 만들 수 있는 게임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기능성 게임만 만드는 회사가 전체 게임사 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산업적으로 안정화되어 있고 업체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체육수업시간에 DDR 등 체련하는 오락실 장치들로 가득한 체육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우리도 교육 플랫폼이 게이미피케이션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교육을 OECD 국가 청소년들 중에 가장 적게 자면서 가장 길게 받는 속 터지는 현실을 게임 방법론이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과서를 게임형식으로 모두 바꿨으면 좋겠다."
 
- VR의 존재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안다. VR 게임시장에 대한 조언도 부탁한다. 국내 게임산업계가 VR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기기 보급률이나 현재 환경에 맞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일부 형성돼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신시장 활로 개척에 있어 유념해야 할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VR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조사·연구를 통한 전문성 강화가 필수가 돼야 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게임 등 차세대 게임 신시장 개척에 대한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 게임분야 선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모바일로의 시장변화에 빠르게 전환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것이 지금 게임산업계의 현실이다. 이러한 과거 선례를 교훈 삼아 VR 게임시장에도 적극 투자하고 대응해야 한다.
 
물론 당장 섹시한 VR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초기 상황에서는 기기도 완벽하지 않고 과연 어떤 콘텐츠에 특화된 것인지 멀미 등 VR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이렇다할 답이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한계성 때문에 게임이야말로 VR시장 초기에 이용자들이 부담 없이 VR을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중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VR게임은 기술 완성도가 높은 VR킬러콘텐츠가 나타나기까지의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본다. VR의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VR을 통해 이제 게임이 장난이 아닌 세상이 코앞에 올 수 있다. 적극적인 연구와 투자만이 미래시장의 선점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올해는 게임위가 게임물등급분류 독립기관으로 설립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게임산업은 여타의 산업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융복합 기술의 실험장이다. 게임위도 게임산업의 변화 속도와 복잡성에 부응해 매일 변신을 꿈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다행히도 게임위 직원들은 평균연령이 30대 중반으로 게임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만큼 젊고 활력이 넘친다. 이러한 게임위의 젊고 뜨거운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2천900만 게임이용자와 국내 기업들이 신명의 DNA를 뿜어낼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안전망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사진=강민지 기자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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