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선 김만식 이해욱 정우현...연이은 '꼴불견 갑질', '권력중독'은 일종의 정신병
입력 : 2016-04-08 16:20:21 수정 : 2016-04-08 16:26:11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 벌어진 비상식적인 '갑질 논란'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언론과 여론 모두 재벌들의 자정적 반성과 수행기사 같은 약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8일 현대오너가 3세 정일선(46)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이 수행 기사에게 폭언·폭행을 오랜 기간 자행해왔고 150여 쪽에 달하는 '수행 메뉴얼'까지 강요하는 등 충격적인 '갑질'이 보도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메뉴얼에는 빨래 개는 법, 모닝콜 하는 시간과 방법, 서류가방 두는 법, 배드민턴 준비 과정 등이 분 단위 혹은 횟수 단위 등으로 소상히 적혀있다.
수행기사는 만약 조금이라도 틀리면 'x끼', 'x신', '니 머리가 좋은 줄 아냐' 등의 인격 모독 발언이 쏟아졌고고 수십대씩 머리나 정강이를 맞았다고 증언했다.
이런 '갑질'은 꾸준히 국민들의 눈과 귀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를 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직 운전기사, 비서실장, 관리부장 등이 과거의 행태를 폭로했고,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대구·경북지역 소주업체인 금복주는 "창립 이래 결혼 한 여자가 회사를 다닌 적은 없다"며 결혼을 앞둔 여직원에게 퇴직 압력을 넣었다. 여직원은 이 사건을 고용부에 접수했고, 고용부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대림 산업 이해욱 부회장도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을 강요하는 등 목숨을 위협하는 일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일에는 미스터피자와 마노핀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MPK 그룹의 정우현 회장의 폭행이 도마에 올랐다. 정 회장은 신규 오픈한 매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오던 도중 건물 경비원이 문을 잠궜다는 이유로 악수를 청하는 척 하다가 목과 턱을 수차례 가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미스터피자 점주들은 정 회장이 갑질이 처음이 아니라며 과거 있었던 각종 사건들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갑질 논란은 올해 뿐이 아니다. 수년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30대 수자원공사 대리급 직원이 50대 용역업체 이사 얼굴에 보고서를 던져 안경이 깨지고 파편으로 눈을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2013년에는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 파문이 있었다. 같은 해 편의점 업체 CU의 한 점주가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 CU는 사망진단서를 조작해 언론에 유포하는 사건을 저지르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땅콩항공'이나 '재벌2세 야구방망이 구타사건', '라면상무'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런 '갑을 논란'은 수직적 관계를 철저히 구분짓고, 아랫사람이라고 생각되면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무례함, 권위에 오롯이 기대는 오류, 눈치껏 윗사람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관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정신병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경의학계에서는 이를 '권력중독'으로 간주하고 진단기준 및 치료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위스콘신 대학 정서연구소 자문위원인 David L. Weiner 박사는 권력중독자에 대해 "자신의 지배권이 조금이라도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자신의 지위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보복을 꿈꾸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하 직원 및 일반인들을 인격이 없는 무생물이나 자신의 화풀이처럼 대하는 재벌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을 바로잡아야 할 오너일가들의 자정적 반성이 필요하다.
또 수행기사처럼 약자들의 근무환경을 되살펴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보호해야할 제도적 근거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진=현대비앤지스틸 홈페이지, 부산일보 DB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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